'아침형 인간'이후 수십종 출간 러시…

고용불안·무한경쟁·장기불황 파고와 싸우는

많은 이들의 생존 위한 '자기계발'욕구에서 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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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2년 사이 대한민국 사회에 '○○형 인간'이라는 조어가 유행한 것은 참 특기할 만한 일이다.

이 표현의 진원지는 출판계였다. 그 결정적인 계기는 외람하게도 필자가 경영하는 출판사에서 출간된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이었다.

2003년 10월 출간되면서부터 인기를 모았던 이 책은 2004년 3월까지 불과 6개월 사이에 80만부가 판매되면서 출판계에 '최단기 최대 판매'의 진기록을 남겼다. 이러한 집중력은 신문, 방송, 잡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자극했고, 그 자극이 책의 판매를 더욱 부추기는 상호작용이 지속됐다.

이후 출판계에는 '○○형 인간'이라는 키워드를 단 책들의 출간이 러시를 이루었다. 창조형 인간, 절약형 인간 등 비교적 차분한 것에서부터 36계형 인간, 대충형 인간 등 좀 튀는 제목들까지, 줄잡아 30∼40종의 책들이 2004년 한 해 동안 출간됐다.

출판계 외에서도 이런 표현은 유행처럼 쓰였다. 네티즌은 물론 점잖은 유명 매체의 기사에서도 '○○형 인간' 운운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전통적으로 인간형을 규정하는 데 대단히 조심스러운 면이 있었다. '○○형 인간'이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도 주로 직업 구분이거나 아니면 과학적인 근거를 가진 분류의 경우에 국한했던 듯하다. '저 친구는 타고난 사업가형이야'라는 투의 말이나 '우뇌형, 좌뇌형' 같은 표현들이 그것이다.

그러던 것이 '아침형 인간' 이후 일반명사가 붙으면서 신조어가 되어버렸다. 책의 경우만 볼 때 '○○'에 해당하는 일반명사들은 대개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며 보편적인 인간의 덕목들이다. 유머, 창조, 성공, 절약, 집중, 지식, 섬김, 기본 등이다. 이런 덕목들의 가치로만 보면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여기에 '형 인간'이라는 조어가 붙으면서이다. 이 말들은 사실상 '절약하는 습관을 가지세요' '성공을 위해 자신을 계발하세요' 등의 평범한 권유와 제안이다. 이 평범한 문장을 '○○형 인간'이라는 개념적인 표현으로 치환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떤 패러다임을 내포하거나 트렌드를 형성하는 것이 아닌, 일시적 유행에 그칠 현상이다. 책의 경우, '아침형 인간'을 제외하고는 괄목할 만한 판매를 보인 책이 없다. 독자는 '아침'을 선택한 것이고 '형 인간'은 광고 카피로서의 보조적 수단이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1년여를 풍미해온 이 유행어들은 고용불안, 무한경쟁, 장기불황의 파고와 싸우는 많은 사람들의 '자기계발' 욕구에서 기인한 것이다.

사람들의 욕구는 이제 다른 방식을 원하고 있다. 어쩌면 그것은 '○○형 인간'처럼 개념화하거나 틀에 매이지 않은, 보다 유연하고 편안한 어떤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갖추어야 할 덕목들은 '알곡'으로 두고 이제 '껍데기'는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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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욱 출판인 한스미디어(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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