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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연가'촬영지인 남이섬은 일본 여성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관광코스다.

일본 문화청 데라와키 겐 문화부장은 “드라마 '겨울연가'의 위력은 집에만 갇혀 있던 일본 주부들을 움직이게 만든 데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03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겨울연가' 촬영지 투어 참가자들의 대부분은 일본 여성이며 특히 40∼50대 주부들이 대다수를 이룬다.

'겨울연가'라는 한 편의 드라마가 집에만 있던 일본 여성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이들을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히라타 유키에(31)씨는 '일식한류(日式韓流)-겨울연가와 일한대중문화의 현재'(세리카출판사)에 실린 '시선자로서의 일본여성관광객'에서 '트랜스내셔널(Transnational)'개념을 언급하면서 “일본이나 한국이라는 국민성을 횡단하는(Trans) 의미로 단순히 국경을 넘는 것이 아니라 고정된 국경과 국민성을 이해하는 키워드”라고 설명했다. 이에 덧붙여 '겨울연가'촬영지를 찾는 일본 여성 관광객들은 단순히 드라마라는 픽션을 좇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자신들의 일상을 바꿔나가는 태도와 시각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히라타씨가 인터뷰한 40대의 중년 여성은 “내 감성에 맞는 일본 드라마가 없었기 때문에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게 됐다. 오랜만에 무언가에 열중할 수 있는 게 생겨서 생활 전체가 바뀌었다”고 밝히고 있다.

또 30대 여성은 “지금 '겨울연가'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한국이나 아시아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던 우리 어머니 세대 사람들”이라며 “한국에 대해 전혀 모르기 때문에 사소한 것에도 놀라고 감동하는 게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히라타씨는 “이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나 일상적인 취미의 연장으로 여행을 즐기는 것은 90년대 후반부터 보여진 일본 여성들의 관광경향과 일치한다”고 지적하며 “이와 같은 여성들의 경향을 노린 자본의 상술이 문화상품 소비와 관광을 부추기고 있다는 위험한 가능성을 동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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