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과 영화 장르 간 경계 허무는 작업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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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규의 영화간판이 걸린 사비나미술관 입구. 극장 입구인지 미술관 입구인지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그의 영화간판은 미술과 영화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점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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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오브제와 영상이 결합된 김창겸의 '편지'.

현대미술의 흐름이 회화나 조각을 벗어나 사진과 영상의 미디어아트로 가고 있는 요즘,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전시가 있어 화제다.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2월 26일까지 열리는 '미술과 영화 시각서사(視覺敍事)'는 현대미술과 영화의 관계성을 모색한다.

회화, 입체, 영상, 설치 혼합 이색작 30여점 전시

설치, 회화, 입체, 영상 등 30여점의 작품을 통해 시각예술과 영화는 이미지를 통한 서사작업이라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가지며 둘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졌을 정도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10인의 한국 현대미술작가들은 작품 속에서 시각적이면서 서사적인 시각예술의 특성에 주목한다.

또 시각 및 영상예술의 묘미인 편집의 미학을 살려 색다른 작품을 만들어 낸다. 참여 작가 중 김창겸의 '편지'와 박화영의 'Everything okay?'가 눈에 띈다.

영화의 서사구조를 차용해 만든 김창겸의 '편지'는 그런 점에서 영화에 가깝지만 스크린 밖의 오브제와 영상이 겹치는 과정이 영화와 예술작품 간의 경계선이 된다. 그는 또 다른 작품 '중아적 자아'에서 마오쩌둥을 모르고서는 중국을 알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아 내러티브에서 맥락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박화영의 'Everything okay?'는 독특한 영상편집기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분절돼 버린 인체는 서로 각기 다른 이미지를 배치해 연출한 것으로 각기 다른 이미지를 소리(음악)를 통해 연결한 점도 돋보인다.

작가가 직접 붓으로 그린 영화 간판 이채로워

미술관 입구를 장식한 영화 간판을 그린 박태규는 이번 전시에 13분 짜리 다큐멘터리 영상을 선보였다. '광주천의 숨소리'는 하천 주변의 사람들과 다양한 생태를 담아 물과 사람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박태규는 영상물 외에 직접 붓으로 그린 영화 간판을 다수 선보였다.

강홍구는 대중문화 속에 잠재돼 있는 자신의 정체성과 욕망을 표현한 사진작품을 통해 실존하지만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자신의 과거를 드러낸다. 작품에는 젊은 시절 작가의 모습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으로 묘사돼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밖에 공연장면, 다큐멘터리, 흑백 필름 등 이미 상영됐거나 용도 폐기된 다양한 종류의 필름을 모아 재조립한 김범수의 'Hidden Emotion', 희극이나 텔레비전 드라마 등의 식상한 소재, 감성, 진부한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구성한 김세진의 '욕망의 바다', 박혜성의 영상작품 '샘', 스크린쿼터 폐지 반대를 목적으로 만든 이중재의 '엉클샘' 등이 미술과 영화 장르가 혼재된 독특한 시각 체험을 제공한다.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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