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모두 '장기근속' 채용조건 1순위…임원 승진도 유리

세계적 가전회사인 일렉트로룩스가 직원을 채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다음 중 무엇일까? 창의력, 기술력, 외국어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장기근속. 정답은 장기근속이다. 틀렸다면 다음 문제를 풀어 보라. 이 회사는 9만여명의 임직원 가운데 1%가 약간 넘는 1000여명을 핵심인재로 관리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인재 선정기준은 앞의 보기 중 어떤 것일까? 역시 답은 장기근속이다. 이 회사는 아무리 유능해도 잠깐 머물다 갈 '철새'나 좋은 자리를 찾아 돌아다니는 '메뚜기'는 뽑지 않는다. 세계적 기업들 가운데 직원 채용이나 핵심인재 선정 때 장기근속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 기업은 수두룩하다.

한국기업도 대부분 장기근속을 중요한 판단근거로 삼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 사장 중 상당수는 업무가 손에 익을만 하면 떠나는 메뚜기에 질려서 '덜 유능해도 좋으니 오래 있을 직원을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정부부처도 예외는 아니다. 몇 달 전 한 정부부처의 간부 특별채용과 관련해 면접시험을 주관할 때 이 부처의 핵심주문 중 하나가 '오래 근무할 사람을 뽑아달라'는 것이었다.

기업들이 장기근속자를 뽑기 위해 고심하는 것은 그만큼 이직자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떤 조사를 보니까 현재 직장을 평생직장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전체 조사 대상자의 4.5%에 불과했다. 이직은 이제 승용차를 바꾸는 것보다도 훨씬 쉽고 자주 하는 결정이 돼 있다.

그러나 이직이 잦을수록 '뜨네기'를 솎아내려는 기업의 노력은 배가 된다. 이력서나 인터뷰에서 떠날 가능성이 발견되면 여지없이 탈락시킨다. 직원 한 사람이 떠날 경우 충원과 교육훈련 등의 직접비, 기업 이미지 실추와 직원사기 저하 등의 간접비, 그리고 업무공백과 생산성 하락 등의 기회비용까지 합해 직원 연봉의 2배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한다. 기업엔 이직 가능성이 있으면 뒤도 안 보고 탈락시키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채용과 승진에서 장기근속 기준만 놓고 보면 아직까지는 여성들이 불리해 보인다. 그동안 육아 등으로 직장을 그만 둔 여성들 때문에 여성의 장기근속에 대한 기업의 확신은 강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또 전보다 많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결혼하기 때문에' '힘들어서' 더러는 '여행을 가려고'라는 이유로 직장을 떠난 여성들도 있다. 전자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후자는 같이 일하는 조직원들을 우울하게 한다. 이런 일을 겪은 인사담당자들은 '가족부양 때문에라도 직장을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남성을 떠올리게 된다.

여성들은 조직 구성원들에게 '오래 근무하면서 회사와 함께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 위해 남성들보다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채용 가능성이 커지고 간부로 승진할 확률도 높아진다. 대개의 여성 임원들은 기업의 장기근속에 대한 우려를 없애는 데 성공한 사람들이다.

헤드헌팅 '커리어케어' 사장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