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득한 백인백성(百人百性) 숨결, 체취, 몸짓에 의학지식 버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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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선후배들이 모인 자리였다. 세상사 온갖 이슈를 분석하고 국회에서 밀양사건까지 규탄을 끝내고 나니 허탈했다. 위로용 디저트는 당연히 사랑과 영혼 그리고 섹스이야기.

“요즘 다들 힘들고 지치지…살맛도 안 나지. 하늘 아래 뭐 좀 신선하고 화끈한 메뉴 좀 없냐”

시선은 바로 '마님 난봉가'를 그리다가 둘째 아이까지 뱃속에 품은 장차현실에게 꽂혔다.

이미 조직에선 구전설화가 된 '찢어진 팬티'사건을 신참을 위해서 재연하는 장차 선수.

“첫 경험 때였어. 그날따라 남자친구가 어찌나 심하게(?) 조르는지 도저히 안되겠더라구. 근데 마침 찢어진 팬티를 입고 나왔거든. 우리 집 언니 동생 많으니 빨아 입고 가리기만 하면 되니까…”

이런 국면을 어떻게 돌파했을까 긴장된 순간.

“야 남자가 망사팬티 입은 줄 알았겠다”

옆구리를 찌르는 최장재희의 말에 뒤집어졌다.

“남자들은 아무도 팬티에 신경 안 쓴대. 그냥 벗어만 주면 좋아할걸?”

잠자코 있던 유일한 남자선수가 대답했다.

“반만 벗어도 고마워하죠 뭘”

우린 결국 콧물 눈물 흘리며 웃느라 목구멍이 막혀 밥을 못 먹었다.

세상엔 수많은 인간들이 엮어내고 교감하고 소통하는 건강한 성부터 끔찍한 성, 펄펄 끓는 열탕에서 싸늘한 냉탕, 격투기에서 거품목욕, 천국에서 지옥까지의 갖가지 성이 있다.

내 나이 오십 세, 산전수전 공중전 시가전을 거쳐 고갯마루에 오르니 '야호'하고 발설을 하고 싶다.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하나도 똑같지 않은 백인백성(百人百性)의 숨결과 체취와 몸짓을 보고 들은 데다 나의 편견(?)까지 양념으로 버무려 성공견문록을 쓰려고 한다.

성품 생명을 만드는 성性. 내공을 쌓을 일 공功, 구멍 공孔, 두 손을 맞잡고 껴안을 공 拱, 숨김 없이 드러낼 공公, 비어서 내실이 없고 모자란 공空, 이바지할 공供, 공물을 바치는 공貢, 두렵게 만들고 협박하는 공恐, 공격하고 거세하는 공攻 등을 넣어서 말이다.

남강한의원 원장 /

호주제폐지 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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