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작

'타인의 취향'의 자우이 감독 바크리 작가 부부 합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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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외모 탓에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롤리타.(가운데)

아네스 자우이 감독의 신작 '룩 앳 미'(원제 Comme Une Image )는 '타인의 취향'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다렸던 영화다. 지난해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 또한 이 영화를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포착하여 그들 사이의 소통과 화해의 문제를 그려내는 데 탁월한 소질을 보이고 있는 아네스 자우이와 장 자크 바크리 부부의 각본은 이번에도 그들 특유의 유머와 위트를 보여준다. '룩 앳 미'는 서로를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사람들 사이의 권력관계를 비판하는 영화다.

뚱뚱한 외모의 주인공 롤리타는 주변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와 유명한 아버지 밑에서 사회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을 지닌 소녀 롤리타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일은 노래하는 것. 그리고 신뢰하는 사람은 성악 선생님 실비아뿐이다.

영어 제목 'Look At Me'에서 암시하듯 롤리타는 끊임없이 아버지에게 자신을 좀 보아달라고 관심을 갈구하지만 아버지로부터 돌아오는 것은 무관심뿐이다. 누구에게도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롤리타가 유일하게 주목의 대상이 되는 것은 유명 작가 에티엔의 딸이라는 이유다. 남자 친구도, 그녀가 유일하게 믿던 실비아까지도 사실은 에티엔의 도움을 얻고자 접근하는 사람들.

그녀는 그러한 사실에 몸서리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권력을 이용하는 모순된 삶을 살아간다.

주인공 롤리타 역을 맡을 배우를 찾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에피소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놀랍게도 연극 학교에는 뚱뚱한 소녀가 없었다고 말하는 아네스 자우이 감독은 배우를 찾지 못해 시나리오 수정까지 생각하던 찰나에 극적으로 프랑스 유명 여배우의 딸인 주인공 마릴루 베리를 발견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다섯 살밖에 안된 여동생에게 살찐다며 간식을 주지 않고 울도록 내버려두는 에피소드는 이러한 세태를 풍자한다. 갈등의 중심에 서있던 아버지는 공연 도중 나가버리고 롤리타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새로운 남자친구 세바스티앙과의 관계도 예상과 달리 담담한 상태로 어중간하게 끝이 나 버린다.

하지만 감독은 이것을 희망적인 엔딩이라고 말한다. 사실 인생이라는 게 영화에서 보듯 모든 갈등이 해소되고 모두가 화해하는 행복한 결말을 맺는 건 아니지 않겠는가.

이런 애매모호한 결말이 진짜 인생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박윤수/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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