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판 마셜플랜 발동해 여성·아동 긴급구호해야

~a4-3.jpg

이현숙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2004년 12월 26일 쓰나미 대재앙의 날 이후 대한적십자사(한적)는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건 직후 남아시아의 지진해일 피해국가 적십자사는 물론이고 국제적십자사연맹과 구호대책을 논의하는 한편 전국 14개 지사에 쌓여있던 구호용품을 모아들이고 그것을 공수하기 위해 대한항공과 협의에 들어갔다. 29일 아침엔 KBS가 긴급으로 편성한 특별생방송을 통해 2시간 동안 지진해일피해 구호 모금행사를 벌이면서 30억원을 목표로 전국 모금운동에 착수했다. 12월 31일 새벽에는 대한항공의 지원으로 우선 담요 등 1억5000만 원 상당의 구호품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 보낼 수 있었다. 한적은 같은 날 현지에 의료진 파견을 위해 사전 조사팀 5명을 급파했고 1월 3일 긴급의료단을 인도네시아 아체주로 출발시켰다.

긴급하게 대한적십자사 본사에 마련된 남아시아 지원센터에는 국민들의 성금후원 전화가 쉴새 없이 울리고 있다. 정부는 물론이고 국내 다른 구호기관들도 구호활동에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는 수많은 자연 재해를 겪었고 그 때마다 다른 나라의 지원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이번 지원노력과 국민의 참여는 심상치 않은 경제난 속에서도 기민하고 넉넉하다. '아∼ 대한민국'이다.

남아시아 지진해일 피해는 그 재앙의 규모가 너무 크고 잔인해서 그 광경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힘들고 숨이 막힌다. 이 아비규환의 절망 속에서도 우리가 한 가닥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전 세계가 만들어 내고 있는 인도주의 물결 때문이다. 영국 시민들의 자발적 지원활동과 광범한 참여는 세계 사람들의 가슴에 감동을 지펴주고 있다. 각국의 의료진, 구호단, 자원봉사단들이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현장으로 모여들고 있다.

세계 시민들의 인도주의 열기는 인도적 활동에 인색해 보였던 강대국의 정책을 바꿔 놓고 있다. 초기 구호에 인색했던 미국은 세계 시민들의 무서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부자나라들이 구호외교, 원조외교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피해 국가들에 대한 채무탕감도 논의되고 있으며 재난대책을 위한 정상회의도 구상 중이란다. 아시아판 마셜플랜도 논의가 한창이다. 각 나라 정부는 인도적 구호에 대한 의지와 실천이 국제사회에서 국가신뢰도와 지도력을 높이는 중요한 가치라는 인식을 공유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인간의 생명을 구하고 고통을 경감시키려는 인도주의 정신이 2005년 새해, 지구를 따뜻하게 감싸기 시작했다.

아시아 지역은 지리적, 환경적으로 재해에 가장 취약한 지역이다. 1993∼2002년 사이에 전 세계 재해(자연·비자연 재해)의 42%가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그 피해자의 대부분은 어린이와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이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 많은 희생자의 3분의1, 또는 절반이 일요일 바닷가에서 또는 집 마당에서 철없이 뛰어 놀던 어린이들이란다. 폐허로부터 살림을 세워나가고 절망에서 가족을 안아 일으키는 등 복구과정에서 감당해야 할 무거운 고통 또한 여성의 몫인 것을, 전쟁과 수많은 재해를 겪어온 우리는 체험적으로 알고 있다. 전염병 확산이라는 제2의 재앙은 이 약자들을 더 큰 희생자로 만들 것이다. 이번 기회에 각 나라 정부들이 아시아판 마셜플랜을 확실히 만들어서 이 약자들의 비극을 종식시키고 새로운 인도주의 질서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목소리를 모을 때다. 쓰나미 재앙으로 시발된 세계 정부들의 인도적 관심과 지원이, 그리고 세계 시민들의 자발적 봉사와 연대가 국제 질서를 새롭게 바꾸어 놓을 수 있길 바란다.

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