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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도 노벨 생리학 및 의학상의 영광은 인간 후각 시스템의 원리를 규명한 뉴욕 컬럼비아대학의 리처드 액셀 박사와 시애틀에 있는 프레드허친슨 암연구소의 린다 버크 박사에게 돌아갔다. 후각 시스템이라고 하면 왠지 어렵게 들리지만 간단히 말하면 우리가 어떻게 냄새를 맡고 또 여러 가지 냄새를 어떻게 식별하는가를 규명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포유류는 상당히 여러 종류의 냄새를 식별하는 능력이 있는데 냄새를 통하여 먹이와 이성을 찾아내고 내편과 적을 구분하며 위험을 감지하기도 하므로 후각은 포유류의 생존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후각은 모든 인지기능 중에서도 가장 원초적이고 본능에 가까운 것이다. 상대방의 냄새가 좋으면 이유 없이 좋고, 냄새가 싫으면 공연히 거부감이 있다. 이렇게 보면 연인관계가 되는 것은 상대방의 냄새가 무의식적으로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아기가 엄마를 무작정 따르고 엄마가 생명을 걸고 아기를 지키는 것도 후각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과학자들이 속속 밝혀내고 있어 본능적인 사랑의 생물학적 본질을 이해하게 될 날도 멀지 않다.

우리는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와 향긋한 백합꽃의 냄새를 비롯하여 자연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화합물(1만종 이상으로 추정)의 냄새를 어떻게 식별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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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버크 박사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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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액셀 박사

컬럼비아 대학

또 이전에 맡은 백합꽃의 향기를 수년 후에도 기억하는 후각의 비밀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의 단초는 여성 과학자인 버크 박사가 액셀 박사의 실험실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할 때 수행한 연구이다. 버크 박사는 코 속 비후강에 존재하는 후각신경세포에서 후각수용체의 유전자를 코드화하는 거대 유전자군을 발견하고 그 중 18개를 규명하여 91년 '셀'지에 발표했다. 액셀 박사와 공동으로 발표한 이 논문이 2004년도 노벨상을 탄 연구의 토대가 된 것이다.

그 후 버크 박사는 프레드허친슨 암연구소로 자리를 옮겨 독자적인 실험실을 운영하면서 후각 시스템의 원리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액셀 박사의 실험실도 이 분야의 연구를 계속하여 각각 수많은 논문들을 발표했다.

두 연구팀은 후각기관이 작동하는 원리를 분자 수준과 세포 및 조직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후각수용체는 후각신경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단백질인데 여기에 특정화합물이 결합하면 후각신경세포가 자극되고 이 신호가 뇌로 전달되면 냄새를 감지하게 되는 것이다. 각 후각수용체에 결합할 수 있는 화합물은 후각수용체가 만들어질 때 이미 정해져 있다. 액셀 박사와 버크 박사 연구팀이 발견한 유전자군은 1000여개에 이르는데 1000여개의 후각수용체 유전자는 각각 하나씩의 후각수용체를 만들어 내는 코드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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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분자와 후각 수용체 조합코드. 각 화합물은 그 화학구조에 들어맞는 몇몇 수용체만 결합하며 이 조합은 화합물마다 다르다.

바로 생기는 의문은 약 1만개에 이르는 화합물을 1000여개의 후각수용체로 어떻게 식별하는가 하는 것이다. 이는 하나의 화합물이 몇 개의 수용체에 결합하고 또 각 수용체는 몇 개의 화합물과 결합함으로써 몇십만 개 이상의 고유한 수용체-화합물 조합이 만들어지므로 이론적으로는 1만 개가 아니라 몇십만 개도 식별이 가능하다.

하나의 화합물이 특정 조합의 수용체에 결합하면 이 신호들은 뇌에서 합쳐져 우리가 냄새를 인식하게 된다. 이들이 발견한 1000여개의 유전자군은 인간 전체 유전자의 약 3%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로, 이러한 연구가 가능했던 기반에는 2003년에 완성된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가 있다.

우리나라의 생명과학도 이제는 상당한 수준에 있기는 하지만 온 국민이 염원하는 과학 분야의 노벨상이 우리나라에서 나오려면 당장의 이용가치를 따지는 단기적인 시각보다는 생명현상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연구에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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