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닭을 기르기 시작한 연대는 정확히 나와 있지 않으나 경주 천마총에서 계란이 발견된 것으로 미뤄 보아 삼국시대 이전부터 길러온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 때의 기록에는 닭이 새벽에 우는 습관을 이용해서 시간을 알리는 '시보용'으로 궁중에서 여러 마리 키웠다고 되어 있다. 또 여러 날 먼 길을 떠날 때 시간을 알기 위해 몸집이 작은 당닭을 갖고 갔다는 기록도 있다.

닭은 예부터 '예지'의 구실을 했다. 닭의 울음은 때를 알려주는 시보의 역할을 하면서 다가올 일을 미리 알려주는 예지의 능력이 있기도 하다. 장닭이 홰를 길게 세 번 이상 치고 꼬리를 흔들면 산에서 내려왔던 맹수들이 되돌아가고 잡귀들이 모습을 감춘다고 믿어왔다. 이를 반영하듯 이육사의 시 '광야'에도 닭 우는 소리로 태초의 이미지를 드러내고 있고, 창조 신화나 위인들의 난생설화에도 닭과 관련한 사연이 유난히 많다. 박혁거세는 알에서 태어났고, 그의 왕비는 계룡의 갈비뼈에서 났으며, 김알지 신화에서는 호공이 밤에 월성을 지나가다가 나무에 황금궤가 걸려있고 그 밑에서 흰 닭이 울었는데, 그 황금궤 안에서 동자가 나왔다고 한다.

이 밖에도 닭은 대체로 길조로 여겨져 왔으며, 다섯 가지 덕이 있다고 했다. 머리에 있는 볏은 문(文)을 상징하고, 발은 내치기를 잘한다 하여 무(武)로 여겼으며, 적과 맹렬히 싸우므로 용(勇)이 있다고 하였고, 먹이가 있으면 자식과 무리를 불러 먹인다 하여 인(隣, 仁)이 있다 하였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시간을 알려주니 신(信)이 있다 하였다. 또 혼례를 올릴 때 닭을 상에 올리는 오랜 풍습이 있는데, 이는 처자를 잘 보살피는 수탉의 도리와 알을 잘 놓고 병아리를 잘 키우는 암탉의 도리를 부부가 되는 이들에게 가르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닭과 관련된 속담도 많다. '닭 싸우듯 한다'는 말은 크게 으르지도 못하면서 만나기만 하면 아옹다옹 다툰다는 뜻이다.

'닭대가리'라는 말은 사려가 깊지 못하고 지혜가 얕은 사람을 비꼬는 말이고, '닭고집'이라는 말은 고집부리지 않아도 될 하찮은 일에 고집을 부리는 사람을 가리킨다.

수탉이 울 때는 담장이나 지붕 등 높은 곳에 올라가서 하늘을 보며 우는데 전래동화인 '선녀와 나무꾼'에 나오는 나무꾼이 하늘나라로 올라간 아내와 자식들을 그리워하며 울다가 수탉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득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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