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우니 새해의 복이 오고 개가 짖으니 지난해의 재앙이 사라진다” 새해 덕담도

영물로 여겨 설날 아침식사, 혼인의례 증인, 귀한 손님 방문 시 닭 등장시켜

신라 시조 알지, 이슬람의 마호메트, 그리스 신화 속 아폴론, 페르세포네 등과 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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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은 동양과 서양에서 모두 신성한 동물로 숭배되었으며, 예지의 동물이기도 하고, 다산을 상징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어 혼례의식 등에 자주 등장하곤 했다. 어미닭과 병아리를 함께 그려 다산을 상징한 조선 후기 변상벽의 닭 그림(국립중앙박물관·오른쪽) 속 동양 닭과, 결혼식 장면을 연상시키는 샤갈의 그림 '곡예사' 배경에 있는 서양의 닭.

동양에서 닭은 12지의 열 번째 동물로서 시간으로는 오후 5시에서 7시, 음력 8월, 방향으로는 서(西)에 해당하는 시간과 방향을 지키는 방위신이자 시간신에 해당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구년(舊年)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지난해의 불행은 다 사라지고 행복만 가득하라는 말 가운데 “닭이 우니 새해의 복이 오고 개가 짖으니 지난해의 재앙이 사라진다”라는 덕담이 있다. 닭은 보양자(保養子)하고, 가족의 보호와 생활권을 위해서 용감하게 투쟁하고 시간의 흐름, 세상의 변화를 판단하는 서조(瑞鳥)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닭을 영물로 여기고 설날 아침식사, 백년가약, 혼인의례의 증인으로, 그리고 귀한 손님이 왔을 때에 닭을 등장시켰던 것이다. 새벽을 알리는 우렁찬 닭의 울음소리! 그것은 한 시대의 시작을 상징하는 서곡으로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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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면서 다양한 문화적 상징성을 띠고 있다. '한국동물민속론:문화의 비밀을 푸는 또 하나의 열쇠'(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저)에서는 새벽을 알리고, 빛의 도래를 예고하는 존재로서의 닭은 태양의 새다. 시계가 없던 시절 새벽 시간은 닭의 울음소리로, 날씨가 흐린 날이나 밤 시간은 닭이 횃대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 주부들이 저녁시간을 가늠했다고 한다. 그래서 닭은 계명성(鷄鳴聲)의 시보를 상징하고 있다.

닭은 귀신을 쫓아내는 축귀(逐鬼)의 상징이기도 했다. 닭 그림은 세화(歲畵)로서 호랑이, 용, 개, 사자 그림과 같이 정초에 액을 없애고 복을 부르는 의도로 그려져 대문이나 출입구에 붙였다. '포박자(抱朴子)'등 중국 문헌에도 귀신을 쫓기 위해 닭의 그림을 붙이기 전에 닭을 직접 문에 매달았다고 한다. 또한 닭의 피에 영묘한 힘이 있다고 믿어 닭 피를 문에 바르고, 후에는 죽인 닭을 매달았다. 마을에 돌림병이 돌 때에는 닭의 피를 대문이나 벽에 바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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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은 미래를 예지하는 서조로서의 상징성을 띠고 있다. 해 뜰 때와 질 때를 미리 아는 능력은 중요한 일을 미리 예지하고 예고하는 서조로 상징되기도 한다. 신라 시조 알지가 태어날 때 흰 닭이 등장해 중요한 인물의 탄생을 미리 알려주기도 하고, 백제의 멸망을 미리 알려주기도 한다.

닭은 입신출세와 부귀공명, 자손번창의 상징이기도 하다. 닭 볏은 관을 쓴 모습이며, 관은 학문적 정상과 벼슬을 의미한다. 닭과 함께 흔히 맨드라미, 모란을 함께 그린다. 닭과 맨드라미는 관 위에 관을 더하는 것으로 최고의 입신출세를 의미한다. 모란은 부귀를 상징하고, 수탉이 길게 우는 모습은 공명을 의미하여 부귀공명을 상징한다. 봄날 갓 깨어난 병아리가 어미 닭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그림은 자식 복을 염원하는 것으로서 자손번창을 의미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일본의 신도(神道)신앙에서 새벽을 알리는 수탉의 울음소리는 기도할 시간이 됐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이다. 절과 같은 종교적 건물에서 수탉을 종종 볼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수탉의 울음소리를 기도시간을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이러한 전통은 서양에선 이 새가 빛을 피해 동굴로 숨은 태양의 여신 아마테라스를 불러냈다는 신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본에서 수탉은 신성한 동물로, 절 안을 자유롭게 뛰어다닌다고 한다.

중국에서 수탉은 양의 원리, 용기, 자비를 상징한다. 하얀 수탉은 선한 사람들을 악령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존재인 동시에 죽음을 물리친 새로운 생명의 순결을 상징하며, 빨간 수탉은 불을 막아 주는 역할을 했다. 중국인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하늘나라에는 황금 깃털을 가진 수탉 천계(天鷄)가 살고 있다. 하늘나라의 닭은 키가 수백 마일이나 되고 오로라(극광)가 생기는 곳에서만 자라나는 뽕나무에 둥지를 튼다. 하늘 닭은 다리가 세 개나 되며 행동은 정중하다. 또한 목소리가 무척 우렁차며 하루에 세 번씩 노래한다. 첫 번째 노래는 바닷가에서 태양이 아침 목욕을 할 때, 두 번째 노래는 태양이 가장 높이 하늘에 떠올랐을 때, 마지막 노래는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숨어들어갈 때 부른다. 특히 첫 번째 노래는 하늘을 뒤흔들고 인간을 깨우기 때문에 하늘 닭을 '여명의 새'라 일컫는다. 하늘나라의 닭은 알을 낳는데, 알에서 붉은 볏을 가진 병아리가 태어난다. 지상에 사는 모든 닭은 하늘나라의 닭에서 나온 것들이다.

한편, 서양에선 수탉은 태양과 영혼의 부활을 상징해 왔다고 한다. 니콜라스 J 손더스는 '동물의 영혼'에서 다양한 동물의 신화와 상징에 대해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그리스 신화에서의 수탉은 아폴론의 신성한 동물이자 저승의 여신인 페르세포네와 동일시되면서 다시 돌아온 봄을 상징했다고 한다.

유대교에서도 수탉과 암탉은 다산과 연계되어 갓 결혼식을 치른 부부를 상징했다. 기독교 교회의 지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탉 모양의 봉황기는 탐욕과 결부시키는 전통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에서 이 동물은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재탄생, 무지에 대한 영혼의 승리)와 연관돼 있다.

이슬람 신앙에서도 수탉은 신성한 동물로 숭배된다. 마호메트가 천상에서 처음 본 동물은 “알라만이 유일한 신” 이라고 외치던 커다란 수탉이었다. 농가에서 수탉이 차지하는 '절대적'인 위치는 정력과 용기, 호전성과 연관되어 왔다. 켈트족과 북유럽의 신화에서 수탉은 영혼들을 인도하고, 전투 시 죽은 자들을 소집하며, 신들에게 위험을 알리는 사후세계의 사자이다.

이와 같이 수탉은 동양과 서양에서 모두 신성한 동물로 숭배되었으며, 예지의 동물이기도 하고, 다산을 상징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최선경 객원기자

choisk00@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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