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은 2004년을 마무리짓고 2005년을 맞이하면서 우리 사회 주요 여성현안들에 대한 여성 대표 인사들의 공론의 자리를 마련했다. 11월 26일 정현백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 상임대표, 한우섭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대표 등 7개 여성단체 대표와 2개 정부 기구 실무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여성신문사 회의실에서 열린 '2005년 여성 현안과 과제에 대한 좌담회'에선 다양한 여성 현안 가운데 성매매방지법 시행과 탈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자활 지원책 급부상이 가장 큰 이슈로 제기됐다. 또 아내강간죄 법제화, 부부재산공유제, 여성의 건강권, 여성과학인 지원, 일자리 창출 등 비정규직 문제, 90일 모성보호 사회분담화를 비롯한 여성의 노동권 등도 2004년 완결짓지 못한 여성계의 과제로 논의됐다. 이밖에 여성운동 내 주변화된 집단의 가시화와 여성 과학자 연대, 세계 여성학대회를 통한 여성이슈 국제화, 대안사회 모색 등은 새롭게 떠오른 현안으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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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박혜란

여성신문 편집위원장

●장 소 2004년 11월 26일 여성신문사 회의실

●참가자

김애량 여성부 기획관리실장

정현백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부소장

나도선 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조현옥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한우섭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대표

윤정숙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황인자 서울시 복지여성정책 보좌관

탈성매매 여성들 새로운 삶 안착 최대 과제

출산·육아 부담이 이공계 석박사 취업 발목

남녀 동수 뽑도록 지방자치제도 개선해야

제도개선에서 일상의 문제로 관심 넓혀야

박혜란 :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주어 감사하다. 2004년은 성매매방지법 시행으로 떠들썩한 한 해였다. 2005년 각 여성단체의 현안과 과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윤정숙 : 성매매방지법이 수년 동안 노력해서 만들어졌지만 이제 시작이다. 법의 집행 부분에서 '돈을 얼마 뿌렸다''집결지를 몇 년까지 폐쇄한다' 등 정책적 과시행정이 되어선 안 된다. 처음 유입되는 사람, 탈성매매 했다 재유입되는 사람 등 다양한 성매매 형태가 존재한다. 또 자발, 비자발, 남자의 성욕 등 담론상으로도 논쟁적이다.

박혜란 : 성매매는 담론과 정책 집행에 있어 중장기적으로 내다봐야 하는 과제다. 계속 힘을 모아가야 할 것 같다.

윤정숙 : 성매매는 2004년에 이어 2005년에도 여성계의 중요한 현안이다. 성매매방지법 집행의 엄정성, 탈성매매 여성들의 정착 방안을 여성계 최대 현안의 하나로 가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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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방지법 성공하나

세계가 보고있어

김애량 여성부 기획관리실장

김애량 : 한국의 성매매 문제 해결을 놓고 국제 기자들이 주시하고 있다. 정책이 성공하는가의 여부를 세계의 성매매 방지의 성공과 연결시켜서 본다. 2005년은 성매매방지법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는가, 예전으로 돌아가는가의 분기점이 되는 해다.

정현백 : 성매매 때문에 여연에서도 많은 일이 있었다. '동맹 속의 섹스'의 저자 샬롯 번즈와 캐서린 문이 한국에 메일을 보냈는데, 여연이 성매매 여성들을 만나주지 않는 게 사실이냐고 물어 왔다. 부산과 인천의 여성들을 탈성매매 시범 지역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어떻게 거기 가서 항의시위하는 성매매여성들을 만나겠는가. 그리고 우리는 만나자는 얘기를 들은 바도 없었다. 성매매방지법하에서 포주들은 범법자다. 그런데도 이들이 거리에서 데모를 한다는 사실에 대해 국제 사회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박혜란 : 여성계 내부에서도 성매매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다. 이를 현명하게 다독거리면서 가야 한다. 성매매는 여성계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현안이다. 각 단체나 기관이 2005년도에 주력할 사업과 정책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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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성폭력수사재판

감시단 활동에 포커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이미경 : 성폭력상담소는 2004년에 어린이성폭력 수사재판 감시단을 발족했다. 성폭력 문제와 관련해 법과 제도가 10년에 걸쳐 마련돼 왔고, 이제는 이를 어떻게 운용하는가가 문제다. 2005년 사업으로 어린이 성폭력 문제에 주력하면서 어린이 성폭력수사재판 감시단을 통해 성폭력 문제를 구체적으로 모니터링해 갈 계획이다. 밤길 걷기 행사도 여성주간 행사에 맞춰 전국적인 규모로 할 예정이다. 성폭력 문제는 전담 경찰제, 전담 검사제, 전담 재판부까지 있지만 아직까지 미숙한 단계다.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해 나갈 계획이다.

황인자 : 서울시는 가족여성정책관이란 집행 기능이 생기면서 문화국에 있던 청소년 업무가 합쳐진다. 2005년부터 정부가 성별영향평가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해 실시할 예정인데 집행 사무에 주력해 온 자치단체들은 조정해야 할 부분이 많아진다. 평가제를 도입하면 그 부분의 기능을 보강해야 한다. 이밖에 여성들의 일자리 마련과 지원 정책도 강화할 예정이다. 2005년 6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 여성학대회에 여성계가 힘을 모아야겠다. 서울시에선 개막행사에 2억원을 지원한다.

박혜란 : 2004년은 여성계에서 여성과학기술인에 대한 관심이 컸던 해다. 특히 과학기술 쪽은 여성들의 관심이 적었던 분야여서 더욱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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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학인 지원센터와

커리어 개발에 역점

나도선 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나도선 : 여성과학기술인지원육성에관한법률이 통과하면서 여성과학기술인 지원센터가 정부 사업으로 2004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2004년엔 6억원이 지원됐지만 2005년부터는 10억원씩 지원된다. 여성 과학인들의 커리어 개발에 도움이 될 센터가 향후 전국적으로 8곳이 더 지어질 예정이다. 현재 25세 이상 과학기술 이공계 여성 인력이 38%인데, 실제 리더십 쪽 인력은 입법, 사법 등 결정기구를 다 합해 10%도 채 안 된다. 지식기반 사회에서 과학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여성들이 이 분야에 많이 진출해야 한다. 여성의 과학성이 미래를 바꾼다. 특히 이공계 석·박사급 여성들 가운데 취업을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출산, 육아 때문이다. 일하는 시간이 긴 직종이어서 출산, 육아가 다른 직종보다 부담스럽다.

박혜란 : 여성 과학계의 실정을 들어보니 이 자리에 여성 체육인, 경제인도 함께 했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정치 쪽에서도 2005년에 추진해야 할 많은 현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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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정치발전기금

'제대로 쓰이나' 감시

조현옥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조현옥 :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의 경우 정치권 비판이 여성운동의 지평을 열어가는 데 한몫을 할 것이다. 2005년에는 여성의원 활동에 대한 감시가 중요하다. 의원들에 대한 모니터뿐만 아니라 각 정당국고보조금 중 10% 할당된 여성발전기금에 대한 철저한 감시를 하려고 한다. 이 금액은 월 1억원, 1년에 10억원 정도 된다. 여성의원들이 이 돈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밝혀야 한다. 그리고 2005년에는 지방자치를 위해 여성 후보와 여성단체들이 제도개선 문제에 역점을 둬 광역의 경우 비례대표를 강화하고, 기초의회는 중선거구제를 통해 남녀 동수를 뽑아야 한다.

황인자 : 제안을 하나 하자면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쪽이 의외로 여성문제에 대한 인식이 척박하다. 기초는 더하다. 지방의회에 대한 모니터가 필요하다. 또 현장에서 느끼는 것이 시와 구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국가정책이 잘 되는데, 시·도지사도 선출직, 기초단체장도 선출장이다 보니 시와 구가 유기적으로 업무 소통이 안 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치구의 여성정책을 평가해 재정적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내년에는 좀 더 발전시킬 것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여성단체, 시민단체의 모니터가 큰 도움이 됐다.

박혜란 : 여성의전화는 2005년에 어떤 사업을 준비하고 있나. 2004년에 부부강간 첫 판례가 나오면서 부부강간 법제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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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강간·부부재산공유

운동 넘어 법제화 주력

한우섭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대표

한우섭 : 아내강간죄를 법제화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 또 한편으론 부부재산공유제 운동이 있는데, 이는 부부재산 중 부동산을 공동명의 할 때 내는 취득세, 등록세 가운데 취득세를 없애고 등록세를 낮춘 것이다.

앞으로 이 운동을 확대해 2004년에는 공동명의제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2005년에는 공유제 개념을 어떻게 법적으로 명시할 것인가에 대한 법상, 세제상의 방안을 찾으려 한다.

박혜란 : 아내 강간이라는 용어보다 배우자 강간이나 부부 강간이 맞지 않나.

한우섭 : 아내 강간이란 용어는 아내에 대한 폭력에서 비롯된다. 구타와 강간이 같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구타를 처벌하는 대신 강간에 대한 처벌은 없었다. 가정폭력의 열쇠는 아내폭력인데 가정폭력이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많은 문제가 감춰졌다. 아내 강간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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