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올해 임시국회 처리 합의속 해 넘겨 아쉬움

동성동본 금혼 풀리고 혈연 가족개념은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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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수·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이계안 열린우리당 의원, 박세환 한나라당 의원, 유기홍 열린우리당 의원(왼쪽부터)이 12월 28일 국회에서 호주제 폐지안 연내 통과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eephoto@>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최연희)는 12월 28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개정안 가운데 몇 가지 절충안을 마련하고, 법안 통과를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여야가 합의한 내용은 ▲현행 민법상 호주제 조항과 동성동본 금혼 조항 삭제 ▲가족의 범위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로 규정한 정부안 채택 ▲친양자 제도의 제한 연령 7세에서 15세 미만으로 확대 ▲친양자 입양의 조건 중 부부의 혼인 기간 '5년 이상'에서 '3년 이상'으로 단축 등이다.

여야가 정부안 채택 선에서 타협점을 찾자 여성계는 민법개정안 통과가 올해 2월로 미뤄진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호주제 폐지라는 여야 합의를 이뤄낸 것은 일정 부분 성과라는 입장이다.

28일 국회 여성위원회 의원들과 호주제 폐지 관련 기자회견을 연 이은영 열린우리당 의원은 “비록 호주제 폐지 연내 처리라는 여성계와 국민적인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했지만 호주제 폐지에 관한 국회 입법과정에서 합의가 이루어지고 그 일정까지 확정된 것은 국회 입법사에 있어서도 유례가 없는 최초의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과 여당 여성 의원들은 새로운 신분공시제로 1인1적제를 바탕으로 한 '복합신분등록제'를 제안하고 있다. 복합신분등록제는 개인별 신분 등록을 하되 이혼이나 재혼 경력 등이 드러나는 가족부제의 단점을 보완, 가족부제처럼 직계가족의 현황을 함께 병기하는 방식이다.

가장 진보적인 안을 냈던 민주노동당은 28일 논평을 내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본회의를 앞두고 신분등록제 대안에 대한 공청회 개최 등을 이유로 이미 합의된 법안의 처리를 내년으로 미룬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일부 보수집단의 반발을 의식해 가족의 범위 조항을 삭제하기로 한 당론조차 포기한 채 한나라당 달래기에 급급했던 열린우리당의 태도 또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고 일갈했다. 민노당은 또 “양당이 합의한 정부안의 가족의 범위는 현실 가족과 일치하지 않는 형식적이고 모호한 개념일 뿐 아니라 친족, 혈연 중심의 낡은 가족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며 “자녀의 성 결정에서 여전히 부성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모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한 것은 부모의 자율적 합의를 배제하는 부성강제조항과 별반 다르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고 밝혔다.

한편 법안심사소위에서는 호주제 폐지를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결정 뒤로 미루자는 의견과 새로운 신분공시제를 우선적으로 마련한 뒤 처리하자는 의견이 한나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그러나 진선미 민변 여성위원장은 “헌법재판소에 사건이 계류 중에 있다고 해서 그에 관한 입법권이 전면 제한되는 것은 아니고, 위헌성이 인정되는 경우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기 전에 미리 법규정을 개정하기도 한다”며 의원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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