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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정신과 전문의

내가 정신과 전공의로 근무할 때였다. 그 당시 나는 미혼이었지만 어찌됐든 주부들과 상담을 해야 될 때도 있었다. 그런데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많은 주부가 성적인 욕망이 별로 없더라는 것이었다.

“저는 솔직히 말해서 남편과 성관계를 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아니 안 했으면 좋겠어요” 심지어 “그냥 성관계 하지 말고 밖에서 풀고 들어왔으면 좋겠어요”라고까지 얘기하는 내담자도 있었다.

한참 성욕이 끓어오르던 20대였던 나로서는 도저히 그 주부들의 성적인 무관심이 이해되지 않았으며, 그런 부류의 여성만 우연히 상담을 하게 되었다고 치부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정신과 의사로서 15년 정도 되었지만, 그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었으며, 여성의 성욕은 분명 남성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남성의 성욕은 진화론적으로 'DNA 퍼뜨리기'?

여성은 남성과는 달리 성관계의 과정과 분위기에 더욱 관심을 보이고, 그런 점들이 더 여성의 성적욕구를 자극하는 반면, 남성의 성은 여전히 노골적인 자극, 즉 시각적인 자극에 예민하다는 점이다. 또한 인류학적으로 과거 인류의 생존은 많은 수의 자손을 낳는 데 있었다. 그러나 과거에는 생후 1년을 넘기는 아이가 드물 정도로 유아 사망률이 상당히 높았다. 그런 면에서 남성들은 진화론적으로 더 많이 자신의 DNA를 퍼뜨려야 했다.

그런 유전학적인 흔적이 아직도 남성들의 성관계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일까. 여전히 남성과 여성의 성은 서로 다른 분위기와 자극에 의해 흥분되는 동상이몽의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을 외치면서도 그 밝음 속에 감춰진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바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 성매매가 많이 행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거리를 걸으면 50미터마다 한 곳이 성매매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로 인해 남성의 성문화는 왜곡됐다. 성관계는 남성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하기 위해, 아니면 그냥 일상적인 유희의 하나로 아무런 거리낌 없이 행해졌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딜레마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라면 정해진 도덕률에 따라야 하고, 왜곡된 성문화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성매매방지법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남성들이 만들어 놓은 정조관념의 덫과 여성들이 부여하고 있는 자신의 성에 대한 가치기준은 성관계를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성욕에 대해선 남녀 동상이몽…성매매 합리화도

물론 어떤 제도나 법률도 인간 전체를 잴 수 있는 잣대는 없다. 마치 사형제도의 논란처럼 말이다. 그러나 남녀가 가진 성욕의 동상이몽이 성매매를 정당화할 순 없다. 내가 존경하는 '가지 않는 길'의 저자 스캇 펙 박사가 나이 들어 쓴 책이 있다. 거기서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전국으로 강연을 다니곤 했습니다. 그렇게 강연을 다닐 때면 젊은 여성들이 유혹할 때가 많죠. 나는 그것을 참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늙고 병들면서 성욕도 떨어지고 나서야 이제 자유를 얻은 것 같고,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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