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경 /

<뉴스위크>한국판 편집장

노무현 대통령이 큰 빚을 지고 있는 측근 안희정씨가 불법 대선자금 문제로 1년여의 옥고를 치르고 최근 나왔다. 노 대통령 부부는 출소 직후 청와대로 안씨 부부를 불러 식사를 함께 하며 그간의 노고를 위로했다고 한다.

이어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최근 출소한 안씨를 위로하기 위한 모임을 가졌다. 안씨는 지난 12월 20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금강팀'으로 불리던 노 후보 대선캠프(자치경영연구원) 핵심인사들의 환영을 받았다. 농민시위 때문에 1시간여 만에 끝난 짧은 저녁식사였다고 하지만 이 모임의 성격에 정치권의 시선이 모아졌다. 이 자리에는 열린우리당 염동연 이광재 서갑원 백원우 의원과 창당 주역인 이강철 전 조직특보가 참석했다. 또 운동권 참모들의 맏형 격인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자리를 함께 했다. 애초 참석 예정자였다가 불참한 문재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제외하고는 친노 직계 인사들이 거의 다 모인 셈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친노 인사들은 안씨를 바라보며 여러 가지 소회에 사로잡혔을 것 같다. 지난 대선 당시 노사모가 노 후보의 '빛'이었다면 불법 대선자금을 주도적으로 만진 안씨는 그의 '그늘'이었다. 이런 안씨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결국 구속돼 1년간 실형을 살고 나왔고, 그 사이 친노 그룹 멤버들은 정치권 전면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렇게 서있는 위치는 극적으로 달랐지만 지난 2년간 국정에 미친 이들의 역할을 굳이 따져 본다면 감옥에 들어가 있던 안씨나 정치권 전면에 등장한 인사들이나 별로 차이가 없었던 듯하다. 오히려 안씨가 노 대통령의 '과거'에 대한 책임을 진 사람이라면, 나머지 인사들은 '현재'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일만 남았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통령의 핵심측근의 역할과 관련해 최근 재선에 성공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측근들을 한번쯤 생각해보게 된다. 부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는 그의 재선을 이끈 선거전략가 칼 로브, 그리고 네오콘의 기수 딕 체니 부통령, 부시의 맘을 읽는 외교전문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내정자 3인방이 꼽힌다.

이들의 특징은 부시 대통령 개인에 대한 충성심으로 무장된 것은 물론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전문가 집단이라는 데 있다. 이들은 대통령이 해야할 일에 대한 전문적인 보좌를 통해 국정을 공동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그 역할로 인해 절대적인 지위를 누린다. 권력과 책임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단지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논공행상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난 뒤 '개인적인 영화'의 길로 접어드는 우리나라 식 '정치 산수(算數)'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노 대통령이 집권 3년 차를 맞아서 국정운영의 기조를 안정적으로 바꿔간다는 말이 들린다. 어떤 방법으로 국정안정을 꾀할지 일단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이 작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 정권 탄생의 핵심인사들부터 노 대통령과 함께 정권의 명운을 책임진다는 각오로 자신의 역할 찾기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각자 자신이 현재 맡고 있는 분야에서 전문가적인 식견을 갖추는 노력을 해주길 바란다. 대통령 당선에 미친 공로를 인정받아 5년 권세를 누리며 세월을 보내기에는 바깥세상이 너무 빨리 돌아가고 있다. 다른 나라는 경제호황으로 흥청거리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정치불안 심리'가 경기침체를 가속화시켜 굶어죽는 어린이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겸손히 지난 2년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또 반성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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