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않은 임신이 행복 전주곡 돼

작년 이맘 때, 유난히 기운이 없고 입맛도 없던 와중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샀던 임신 진단 시약의 테스트 결과는 선명한 두 줄. 양성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 앞에 나는 멍해있었고, 남편 또한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숱하게 보아오던 그런 펄쩍뛰며 기뻐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다니던 회사에서의 과중한 스트레스로 지쳐가던 나는 봄에 이직을 계획하고 있던 터라 더더욱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4년 새해를 맞으면서 일단은 출산할 때까지 그 회사에서 일하고 이직은 출산 후로 미루자는 결정을 내리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나 갑자기 남편이 서울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나는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임신 6개월에 새로 취직할 곳은 없었고 나는 원치 않게 전업주부가 되었다. 남편보다 늦게 퇴근하던 내가 남편을 기다리는 일은 몹시도 지루했고 곧 아기를 만날 수 있어 기쁘다는 생각보다는 서울에서 취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임신으로 인하여 놓치고 있다는 생각으로 안타까웠다. 점점 불러오는 배와 더불어 변해 가는 몸과 아침에 일어나도 딱히 나갈 직장이 없다는 사실은 나를 종종 우울하게 만들었다.

계획되지 않은 임신임을 말해주듯이 아기는 8월 삼복 더위 중에 그것도 몇 십년 만의 살인더위라는 2004년 여름의 한가운데 태어났다. 하늘이 노래진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출산의 진통은 생전 상상도 못해 봤던 것이었고 나는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진통이 극대화되는 시간들이 지나고 아기가 내 몸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던 그 순간, 눈물과 식은땀으로 젖은 남편의 손가락이 분만대 위에 누운 내 이마의 머리칼을 쓸어주던 그 순간에 모든 것이 변했다. 이제 생후 5개월, 시도 때도 없이 보채는 아기를 안고 달래느라 힘들지만 보드랍고 따뜻한 우리 아기를 안으면서 부모님이 나에게 그러했듯이 나도 아기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겠다고 생각한다. 아기를 먹이고 돌보느라 때론 제 시간에 먹지도 못하고 밤엔 잠도 제대로 못 자곤 하지만 엄마와 눈이 마주치면 환하게 웃는 아기의 눈을 바라보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2004년이 내게 준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인 우리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도 곧 씩씩하게 일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리라.

이지원/ 주부

cialis coupon free cialis trial coupon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