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지은희, 이금형, 신혜수, 이현숙, 현정은장필화, 김성주, 정명금, 오은선, 장미란 등

@b2-1.jpg

“여기는 남극대륙 정상, 더 오를 곳이 없다”

산악인 오은선(38·영원무역, 수원대 산악부 OB)씨에게 올 한해는 정말 뜻깊은 해였다. 2002년 유럽 최고봉 엘브루스(5642m) 등정을 시작으로 2년4개월 만에 세계 7대륙 최고봉 완등에 성공했으니 말이다. 12월 20일 마지막 도전인 남극대륙 최고봉 빈슨매시프 정상(4897m)에 오른 오씨는 위성전화를 통해 “여성으로서 세계 7대륙 최고봉에 모두 올라 기쁘고 무엇보다 나와의 약속을 지켜 너무 기분이 좋다”며 “내년엔 K2(8611m) 여성등반대를 꾸리고 싶다”고 밝혔다.

8월 아테네올림픽에서 주목받은 헤로인은 한국 여성의 진정한 힘과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린 여자핸드볼팀과 역도선수 장미란이었다. 연장에 연장을 거듭한 끝에 아쉽게 패한 여자핸드볼팀의 경기는 이번 올림픽 명장면 넘버원으로 꼽혔는가하면 아이를 둔 주부선수로 출전해 선전한 임오경, 오성옥 선수는 모성애 파워를 과시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한국 여자역도사상 첫 메달을 따낸 장미란 선수는 지난 11월 20일 여성신문사가 주최한 '여유만만'콘서트에서 '1만 여성리더 역할모델'로 선정되기도 했다.

장미란 선수와 함께 '1만 여성리더 역할모델'로 선정된 김영란 대법관도 2004년을 특별하게 보냈다.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대법관으로 임명된 김영란 대법관은 남성 중심 법조계에서 소수자와 여성 목소리의 대변자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해 정몽헌 회장 사후 가부장적 기업계승 관행을 깨고 현대그룹을 이어받아 국민기업, 투명기업을 목표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현정은 회장. 현 회장은 시숙인 금강고려화학(KCC) 정상영 명예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불법 매입과 상속권 포기 압박에 굴하지 않고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이에는 여성계 인사들의 현 회장 경영권 방어 지지동참도 큰 힘이 됐다.

다양한 분야에서 평화운동을 주도해온 여성운동가들에게도 뜻깊은 한 해가 됐다. 신혜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는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위원에 재선된 데다가 최근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건립 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켜 광복 60주년을 앞두고 정신대 문제 해결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오랫동안 재야운동을 해온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이김현숙 대표는 대한적십자사 부총재로 발탁됐다.

2004년은 한국 여성계의 위상이 세계화된 한 해이기도 했다. (주)성주디앤디의 김성주 사장이 한국조직위원장을 맡아 '여성을 위한 다보스 포럼'인 세계여성지도자회의를 지난 6월 무난하게 치러냈고, 내년 6월에는 제9차 세계여성학대회가 '동/서 남/북 경계를 넘어'를 주제로 신촌 일대 대학가에서 열릴 예정이다. 장필화 이화여대 대학원장(여성학과)이 조직위원장을 맡아 준비에 한창이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의 정명금 회장이 의장을 맡은 'APEC 여성지도자 네트워크회의(APEC-WLN)'는 내년 8월 29일부터 9월 1일까지 대구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지난해 남편에 의한 폭행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개그우먼 이경실씨에 이어 올해도 여성연예인의 수난시대였다. 올 초 남편의 외도와 폭력으로 이혼소송을 제기한 개그우먼 김미화씨와 가정폭력 후 이혼으로 자신이 CF모델로 섰던 건설회사로부터 30억원 손해배상소송에 휘말린 최진실씨 사건은 우리 사회에 여성 연예인 인권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사건이었다.

올해로 취임 2년째를 맞은 여성부 지은희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성매매특별법, 호주제 폐지, 보육업무 이관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고, 특히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는 큰 성과를 얻었다. 한편에선 이금형 경찰청 여성청소년계 과장이 현장에서 성매매 근절을 위해 힘썼다.

17대 국회에 여성의원이 39명이나 등원하며 여성정치세력화의 꽃이 활짝 핀 2004년이었다. 김희선, 이미경, 김애실 등 여성 국회 상임위원장 3인방 시대가 열렸고, 열린우리당 홍미영 의원은 여성정치발전기금으로 우리여성리더십센터를 개소하는 결실을 보았다. 한나라당 이계경 의원은 제6정조위원장으로서 호주제 폐지를 권고적 당론으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

한정림 기자ubi@

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