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여성계 인사들과 한 자리에 모여 올해 화두가 됐던 굵직굵직한 여성 이슈들을 정리하면서 문득 '열정'이란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자고로 작게든 크게든 한 '역사'를 이루기 위해선 열정을 첫 단추로 해서 에너지와 추진력이 솟아나고, 간혹 맞부딪치는 좌절에 대해 강한 면역성과 극복 의지가 생겨난다는 생각 때문이죠.

비슷한 시기에 영국문화원이 설립 70주년 기념으로 전세계 4만여명의 비영어권 국가 주민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영어단어를 조사해 1위부터 70위까지 순위를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1위는 마더(mother, 엄마)와 패션(passion, 열정)이었어요. 이밖에 스마일(smile, 미소), 러브(love, 사랑), 프리덤(freedom, 자유), 트랭퀼러티(tranquilty, 고요) 등이 10위 안에 랭크된 단어들이죠. 민족과 인종, 문화가 달라도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에 큰 차이는 없는가 봅니다. 상위권 순위 단어들이 대개는 투쟁보다는 관용적 부드러움, 원칙과 권위보다는 탄력적인 유연함, 물질적이고 즉각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이고 좀 더 영원한 것, 기계적 효율보다는 만족과 여유를 지향하는 것을 보면.

그리고, '마더'는 이러한 이미지가 총체적으로, 또 상징적으로 합쳐진 단어가 아닐까 합니다. 단순히 생물학적 여성이 겪는 임신과 출산이란 물리적 과정 후의 어떤 상태로서 그치지 않고 말이죠. 아버지를 뜻하는 '파더(father)'가 아예 70위권 안에도 들지 못하는 현실 역시 유감스럽지만 같은 논리로 해석됩니다.

21세기를 '여성의 세기'라고도 한다는 사실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앞으로의 세상은 남성적 특성보다는 여성적 특성이 '우성'으로 인정받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고, 이것이 곧 '진보'로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송년호를 내면서 여성을 중심에 놓고 얼마나 자신과 주변에 의미 있는 한 해였는지, 또 일정한 진보를 이루었는지, 일기를 쓰듯 담담히 생각해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2005년 을유년엔 개인과 공동체에 더 많은 의미 있는 일들과 진전이 '여성'의 이름으로 이루어지길 독자 여러분과 함께 기대합니다.

박이은경 편집국장pl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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