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김영하에 주목…김춘수, 구상 등 '거목'타계

박완서·전경린·공지영… 여성작가 뒷심 발휘

올해 출판 시장은 지난해 만큼 어둡고 암울했다. 전체적으로 발행되는 책의 종수는 줄었으며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의 소설 서가의 입지 역시 예전만 못했다. 그런 가운데 최근 100만부를 돌파한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는 발군의 성과다. 소설이란 장르의 체면을 세워줌과 동시에 '다빈치 코드'가 갖는 상징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100만부 팔린 '다빈치 코드', 소설도 문화소비 코드임을 입증

우선 '다빈치 코드'는 역사와 허구가 결합된 '팩션(Faction)'형 소설의 유행을 주도했다. '단테클럽''진주귀고리 소녀''4의 규칙' 등 팩션형 지식소설이 '다빈치 코드'의 뒤를 이었다. 또 책읽기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문화 소비 형태로 바뀌어 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하나의 상품이 '문화적 코드'로 떠오르면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21세기 문화 소비자들의 특징을 '다빈치 코드'열풍은 여실히 보여준다.

'상도''국화꽃 향기' 등…아시아에 한류 문학 열풍 주도

문학계도 아시아에서 불고 있는 한류열풍에 편승했다. 최인호의 '상도'를 수입해 짭짤한 재미를 본 중국의 세계지식출판사는 인터넷 작가 '귀여니'의 작품들을 수입해 중국 독자에게 선보였다. '국화꽃 향기'와 같은 감성소설을 주로 써온 김하인의 작품들도 중국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인기를 끌었다. 대만에서는 드라마 '대장금'의 원작소설이 20만부 이상 팔렸으며 일본에서는 드라마 '겨울연가'의 원작소설이 120만부 이상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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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가는 김영하와 김훈, 두 명의 남성 작가다. 김영하는 올해 '검은꽃'으로 동인문학상을, '보물선'으로 황순원문학상을, '오빠가 돌아왔다'로 이산문학상 등 주요 3대 문학상을 휩쓸면서 아무도 의심치 않는 '스타작가'로 떠올랐다. 지난 탄핵정국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칼의 노래'를 거론해 대중의 주목을 받은 김훈은 이 작품에서 기존의 폭력적 남성성과 다른 허무주의적 남성성을 작품에 앞세우며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칼의 노래'(45만부)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50만부)에 이어 판매 면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 또 '현의 노래'에 이어 쓴 단편 '화장'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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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문학계 스타작가였던 은희경, 신경숙, 공지영 등의 뒤를 이을 주목받는 신인 여성작가가 없었지만 그래도 중진 여성 작가들이 출판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한몫 했던 한해였다. '현대문학' 창간 50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출간된 박완서의 '그 남자네 집'이 두 달 만에 11만부가 팔리면서 노작가의 저력을 과시했다. 제1회 '대한민국 소설 문학상' 대상 수상자인 전경린의 '황진이'도 15만질 이상 팔려 아쉽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90년대 스타작가 공지영의 신작 '별들의 들판'도 5만부 이상 팔렸다. 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젊은 작가 윤성희는 두 번째 소설집 '거기, 당신'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박완서의 극찬을 받은 심윤경의 '달의 제단'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함정임은 자신의 여덟 번째 책 '춘하추동'을 냈다. 함씨는 이번 책에서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의 삶을 모티브로 삼아 소설로 재구성했다.

문학의 위기 시대에도 시인들은 문학의 생명력을 지켜냈다. 여성 시인들은 꿋꿋하게 자신의 작품세계를 이어갔다. 신달자는 열한 번째 시집 '오래 말하는 사이'를, 문정희는 열 번째 시집 '양귀비꽃 머리에 꽂고', 김혜순은 여덟 번째 시집 '한 잔의 붉은 거울'을 냈다.

아동문학의 선전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볼로냐도서전에서 윤미숙의 '팥죽할멈과 호랑이'와 신동준의 '지하철은 달려온다'가 라가치상 픽션과 논픽션 부문에서 상을 받았으며 서양화가 김재홍의 '동강의 아이들'이 스위스 발레에 있는 어린이문화재단이 2년에 단 한 권 선정해 시상하는 '2004에스파스 앙팡'상을 수상했다.

또 교과서에 등장해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시인 김춘수, 구상, 시조시인 김상옥 등 문학계 거장들이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더한 한 해였다.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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