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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숙

KIST 생체대사연구센터 센터장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 부회장

몇 개월 전의 일이다. 원장으로부터 센터장을 맡으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 역시 복잡한 생각들이 떠올랐다. “여성 우대 정책 때문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나를 센터장에 보임하려는 것인가? 그런 식이라면 정말로 싫다” 여성이라는 그릇의 덕을 보기는 싫다. 순수한 능력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한 인간으로서의, 과학자로서의 자존감이 불쑥 올라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이없게도 나는 가부장적인 문화와 남녀차별이 당연시되었던 교육의 희생자였다. '남자들도 많은데, 왜 여자가 그 자리에 앉나? 우리 연구원의 역사에 없는 이러한 일이 타당한 것인가? 동료 남자들에게 참으로 미안한 일이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 길들여진 한 여성으로서 '스스로 알아서 제자리 찾기' 의식이 자연스레 발동된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참으로 우스운 일이었다. 나는 분명, 심지어는 여성이라는 혜택조차 불쾌하게 생각할 정도로, 능력을 가진 한 인간이라는 자의식을 갖고 있었고, 이와 동시에 여성이 어떻게 남성의 몫을 빼앗을 수 있는가 생각하며 다소곳이 뒤로 물러서는 전통적 미덕을 갖춘 여성이 되어야 한다는 자의식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하나이되 자의식은 둘이었다. 이 둘은 서로 충돌했다. 내 의식 속에서는 21세기에 걸맞은 현대적이고 진취적인 과학자상과 전통적인 여성상이 맞부딪쳐 싸웠다. 내가 추구하고픈 이상적인 인간상과 우리의 문화와 교육이 길들여 놓은 여성상이 뒤엉키어 혼란스러웠다. 내가 왜 망설이는 것일까? 나 스스로가 무척 궁금했다. 분석해 보니 이중적인 자의식 때문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정리해야 했다. 하나는 분명 버려야 했다. 여성의 적은 사회적으로 스스로를 움츠리게 만드는 바로 이 자의식이 아닐까. 이는 우리 사회의 진보를 위해서도 극복해야 할 자의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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