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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한

참여연대 투명사회팀 간사

여성계 비난·경제위축 주장은 '화풀이'에 불과

회식문화 등 곳곳서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 불어

성매매에 대한 인식이 가장 왜곡되는 곳이 있다면 군대일 것이다. 군대만 갔다오면 많은 사람이 성매매에 대해 상당히 유연한 시각을 가진다.

필자도 10년 전 학생의 신분을 벗어 던지고 군대를 갔었다. 정말 힘들고 서러웠던 6주간의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자대를 배치 받았다. 내무반에 들어서자 선임병들에게 둘러싸여 온갖 질문을 받았다.

“야! 사회에서 뭐하다 왔어?”“대학교 다니다 왔습니다”

“먹물이구먼. 여자랑 많이 자봤어?”“아닙니다. 한번도 안 자봤습니다”

“야. 너 사창가도 안 가봤어? 거짓말하면 죽는다”

그 질문으로 군 생활은 시작되었다. 그 후 근무시간마다 고참들은 재미있는 얘기를 요구했다. 물론 가장 인기 있는 얘기는 섹스와 관련된 얘기다. 특히 성매매 업소와 관련된 얘기를 선호했다. 또한 성매매 업소와 관련해서 수많은 정보를 얻은 곳은 바로 군대였다. 휴가 코스에 사창가를 들렀다 오는 것은 전혀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2년 동안 인위적으로 여성과 단절되어 있는 동안 다른 왜곡된 성문화가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군대를 제대하고 예비군 훈련이라는 곳에서 남자들은 다시 군복을 입게 된다. 거기서도 따분함에 지친 예비군 아저씨들은 성매매 업소와 관련된 얘기로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제가 얼마 전에 ○○○를 갔다왔는데 죽이더만요”“그래요? 나도 한번 가봐야겠네요”

이런 끈적끈적한 대화들로 곳곳에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물론 모든 예비군들이 그렇지는 않다. 그런 문화에서 청년기를 보낸 사람들은 사회생활에서도 성매매는 자연스러운 과정일 뿐이다. 주위에 있는 지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놀라운 얘기들뿐이다. 얼큰하게 1, 2차를 마시고 자연스럽게 3차는 성매매와 관련된 곳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거기에는 주저함도 죄의식도 없다. 단지 물건을 구매하듯 자연스러움뿐이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주택가 근처에서도 성매매업소는 별탈 없이 자연스럽게 영업행위를 할 수 있었다.

이런 문화 속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온 많은 사람들에게 성매매방지법은 충격 그 자체이다. 평소에 아무 거리낌없이 했던 행동이 사회적 범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화풀이를 여성계에 쏟아 붓기도 하고 경제가 위축된다고 점잖은 걱정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 강간사건이 늘어날 것이라는 저주도 퍼붓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성매매방지법은 더욱 강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이 법이 아니고서는 왜곡된 성문화를 더 이상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여러 잡음이 들리지만 어쩔 수 없다. 수많은 잡음 또한 이 사회의 성문화가 얼마나 왜곡되어 있었는지 보여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성매매방지법으로 인해 곳곳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자연스럽게 옮겨지던 회식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런 긍정적 변화가 계속해서 일어나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왜곡된 성 의식이 뿌리 뽑히길 그저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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