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양성평등한 사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나는 과연 여성들이 처해있는 현실 속에서 '양성평등'이 대안일 수 있는지 자꾸만 의문이 든다. 왜일까.

여성들이 안정적인 평생직장을 갖기 위하여 몸부림치며 진출하였던 직업이 교사와 공무원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는 마치 교직사회와 공무원사회가 남성들을 오랫동안 차별해온 것처럼 여성채용목표제에서 양성평등채용목표제로 바꿔 실시하고 있다.

2003년도 양성평등채용목표제에 따르면 추가 선발된 합격자는 모두 111명이다. 성별로는 남성이 51명, 여성이 60명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이처럼 '여성'에 대한 강조점이 '양성'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오랜 역사 속에서 차별 받아온 여성들의 역사는 가려지고 있다. “여성부가 있으면 남성부도 있어야 한다”“여성학이 있는데 왜 남성학은 없는가!”라는 억지 섞인 소리 또한 쉽게 들을 수 있다.

'양성평등한 가족'은 가족 안에는 남성과 여성이 정상이라는 것을 전제…

아직 남성과 여성은 간단하게 '양성'으로 나란히 묶일 수 없지 않을까? 조사에 따르면 결혼 후 폭력을 경험한 여성은 기혼여성의 거의 과반수에 이르고, 폭력을 가하는 남편이나 당하는 아내는 특정한 일부계층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학력이나 직업에 관계없이 광범위하게 폭력이 발생하고 있다. 더불어 노동부의 보고서(2002)에 따르면 여성의 하루평균 근로시간은 8시간이고 남성은 8시간 30분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여성은 3시간 45분 동안 가사노동을 하는 반면 남성은 1시간 동안 가사노동을 하고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1년이면 한달 이상, 12년이면 1년 이상 더 일하는 셈이다.

독신가구, 한부모가족,동성애가족은 가족정책 대상서 배제될 위험이 있어

여성에 대한 남성의 광범위한 폭력, 여성의 불공정한 노동분담이라는 현실 속에서 남녀 간의 불평등한 권력관계는 쉽게 확인된다. 더군다나 '양성평등'이 가족과 관련돼서는 더욱 차별적으로 되기 쉽다. 제2차 여성정책기본계획 10대 핵심정책과제 중에 '양성평등한 가족정책 기반조성'이 있다. '양성평등한 가족'은 가족 안에는 남성과 여성이 정상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따라서 독신가구, 한부모가족, 동성애가족에는 '양성'이 없기 때문에 가족정책의 대상에서 배제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여성'은 계속 강조돼야

그래서 나는 '양성평등'을 말하기 전에, 여전히 계속되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폭로하고 싶다. '여성'은 계속 강조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조주은/고려대학교 보건대학 여성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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