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할머니,

산타할아버지는 원래 12세가 넘은 어린이들의 카드는 받지 않지만, 산타할머니는 좀 더 융통성이 있고 너그러우실 것 같아 철부지 어른이 용기를 내 카드를 보냅니다.

@a-1.jpg

지금 가장 답답하고 마음 아픈 것은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저의 어린시절처럼 빈궁한 아이들이 여전히 많을 거라는 사실이죠. 산타할머니, 내년엔 꼭 우리 곁에 나타나셔서 이런 아이들의 소망을 지나치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저처럼 어린아이를 둔 엄마들의 심정도 좀 헤아려 주세요. 얼마 전 부모가 야근을 나간 사이 화마에 숨진 누나와 동생들 얘기 들으셨죠? 나라에서도 많은 신경을 쓰겠지만, 안심하고 아이를 기르고 마음껏 그들에게 행복을 선사할 수 있는 환경이 피부에 솔솔 와 닿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 선물 공장에 멋진 주문을 해주세요!

또, 암울한 경제상황으로 일자리 기회를 원천봉쇄 당한 청년들의 어깨가 내년엔 쭉 펴질 수 있도록 우리 경제 주름살에 특대 보톡스 주사도 놓아주시고요.

무엇보다 다음 해 이맘때쯤엔 평화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만끽할 수 있도록 사람들의 마음 문을 열 황금열쇠를 많이, 많이 선물로 준비해주세요. 가정폭력, 성폭력, 학교폭력 등 '폭력'이 사람의 오감을 마비시키는 그런 세상에 오염되지 않도록, 그리고 명철하고 맑은 정신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감동' 선물을 다음 성탄엔 세상 곳곳에 전해주세요. 그래서, 산타할머니, 할머니를 그리워할 나이가 한참 지난 지금에도 전 할머니를 아주 많이 보고싶어 한답니다.

박이은경 편집국장pleun@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