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수사·미아찾기 등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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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과 백악관의 인턴직원 르윈스키의 스캔들이 세상에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르윈스키의 드레스에 묻은 남자의 정액이 유전자감식 결과 클린턴의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유전자 감식 결과는 진범확인과 용의자의 혐의를 벗겨 주는 데 결정적인 증거로 채택되어 범죄수사에 필수적인 과정이 되었다. 이러한 최첨단 기술은 20세기 최대의 아이디어라고 평가되는 중합효소연쇄반응(PCR; Polymerase Chain Reaction)기법 덕분인데 86년 PCR 반응을 개발한 미국의 캐리 멀리스 박사는 유전자증폭이라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로 93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60억 인구 DNA 지문으로 식별

개인마다 지문이 다르듯 사람의 DNA 구조도 조금씩 달라서 DNA의 특정 부위의 구조를 비교하면 일란성 쌍생아를 제외한 전 세계 인구 60억명 개개인을 DNA 타입(유전자형)으로 분류, 식별할 수 있다. 사람의 DNA 중 다형성이 매우 심한 초변이성 부위를 DNA 증폭기술을 이용해 선택적으로 증폭, 개인 간의 유전자형의 차이를 알아낸다. 이것은 손가락 지문처럼 사람마다 서로 다른 DNA 부위를 형상화하는 기술로서 일란성 쌍둥이를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유일한 DNA 염기서열을 갖기 때문에 60억 인구를 각각의 유전자형(DNA 지문)으로 표시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은 부모로부터 각각 23개씩의 염색체를 이어 받기 때문에 자식은 부모가 갖고 있는 유전자형을 각각 절반씩 이어 받는데 이는 대대로 이어져 내려간다. 유전자 지문 확인법과 통계적 분석을 통하여 부모와 자식 간의 혈연관계, 형제자매 간 혈연관계를 밝혀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계보도 추적이 가능하다. 남성만이 가지고 있는 Y염색체의 유전형을 분석하면 부계 중심의 계보를 알 수 있으며 여성만이 가지는 미토콘드리아 DNA의 유전형을 분석하면 모계의 계보도 알아낼 수 있다.

유전자 감식 정확도 99.99%

유전자 감식은 정확할까. 학술적으로 검증된 통계에 따르면 통상적인 유전자 감식의 정확도는 99.99% 이상이다. 이것은 전혀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이 우연히 일치할 수 있는 가능성이 0.01% 미만이라는 의미다(1만명당 1명 미만). 이와 같이 유전자 감식의 오류율은 극히 낮으며 따라서 검체 채취과정이나 분석과정에서 감정물이 서로 바뀌지 않는 한 감식의 결과가 달라지는 일은 거의 있을 수 없다.

신원정보만 DB화 인권침해 '기우'

최근 유전자정보의 데이터베이스(DB)화가 거론되면서 인권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또 우성 유전자와 열성 유전자를 교묘하게 구분하여 사회생활(구직, 결혼, 생명보험 가입 등)에까지 파고들어 사람들을 지배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도 많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와 같은 걱정은 전혀 불필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유전자 감식을 위해 활용되는 초변이성 부위는 특정 유전자에 속하지 않는 DNA부위로서 유전자 발현이 전혀 되지 않기 때문에 개인의 지능, 외모, 성격, 체력 등의 표현형과는 전혀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유전자정보 DB는 개인을 식별하는 DB이며 지능, 외모, 성격 등의 특징은 전혀 알 수 없고 표시할 수도 없는 자료이다. 오히려 유전자정보 DB를 이용하면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고아원 미아들의 유전자 DB가 있다면 아이를 찾고 있는 부모의 DNA와 비교하여 자녀를 찾는 데는 하루밖에 걸리지 않는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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