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여성들, 미래 위해 늦은 유학 '붐'

지난 2일 미국의 명문 경영대학원 와튼스쿨이 서울에서 한국 여성들을 대상으로 유학설명회를 개최했다. 서울 강남 일송빌딩에서 오후 7시에 시작된 이 설명회는 진행시간 내내 참석자가 계속 늘어나 전체 좌석 100여석을 꽉 채우고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참석자는 대부분 회사 3년차 이상의 직장여성들. 영어로 진행된 이날 설명회에 와튼스쿨 디렉터와 동문들, 참석자들 사이에는 열띤 질의와 응답이 오갔다.

소수민족·여성MBA 유도 정책 힘입어 '큰 인기'

직장 3년차 이상 대거 몰려…합격자 절반이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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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튼스쿨이 올해 한국 여성들을 위해 특별히 유학설명회를 개최한 이유는 소수민족과 여성MBA 유도를 위한 정책의 일환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난해 와튼스쿨에 합격한 한국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늘어난 이유가 작용했다. 지난해 와튼스쿨에 지원한 한국인 280여명 중 29명이 합격했고 그 중 절반 이상이 여성이었다.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를 선택하는 여성이 늘고 있는 추세는 한국 경제계 주역들의 성(性) 비율에도 점진적인 변화가 올 것임을 예고한다. 남성들의 주무대로 여겨졌던 금융, 컨설팅 분야의 전문인력을 길러내는 와튼스쿨조차도 한국 여성들에게는 더 이상 '금녀의 벽'이 아니다.

MBA를 이수하는 데 들여야 하는 평균 1억원 이상의 비용도 이제는 미래를 위한 투자비용으로 개념이 바뀌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외국계 은행의 MBA 학자금 대출(loan) 상품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물론 MBA에 투자하는 데 개인이 떠안아야 할 리스크는 상당히 크다. 경제적인 비용문제는 차치하고, 사회에 진출한 5∼7년차 직장여성은 대부분 결혼과 출산이라는 대사를 함께 고려하게 돼 해외 MBA를 선택하기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점점 더 많은 수의 여성이 상당한 기회비용과 투자비용을 각오하면서 MBA를 결심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컨설팅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생활 6년차 이지연(가명)씨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여자라면 누구나 부닥치게 되는 유리천장(Glass Ceiling)을 MBA라는 돌파구로 조금이라도 더 뚫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해외 MBA 이수 계획은 그다지 거창하지도 않고, 오히려 현실적이다.

이씨는 “요즘은 40대가 넘으면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일자리가 불안해지는 시대 아니냐”며 “지금 상태로는 10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MBA를 마친 후에는 최소한 5년은 더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와튼스쿨을 마치고 현재 씨티뱅크에서 근무하고 있는 안태현 부장은 “MBA를 통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일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자신감이 생겼다”며 “MBA를 선택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MBA에 도전하고 또 그 과정을 마치는 사람들은 학교에서 쌓게 되는 비즈니스 기술 이외에도 다양한 동창생 인맥과 내적인 자신감 향상 등을 MBA의 성과라고 설명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남성과 달리 한국 사회의 학연과 지연의 인맥지도를 활용하는 데 상대적으로 취약한 점을 해외 MBA 동문 네트워크로 보강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성과로 보인다.

구체적 계획 세우고 학교 지명도·전문성 따져야

그러나 MBA 이수자들은 예전과 달리 무조건 MBA 학력 자체를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전문학교의 지명도와 전문분야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단순히 생활에 변화를 주거나 현재 하는 일 또는 직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MBA를 통해 무엇을 이루려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MBA 구직자들의 취업도 역시 해마다 변하는 경제상황에 달렸음을 고려해야 한다. 와튼스쿨의 주디스 실버맨 MBA Admission 담당 디렉터는 “MBA 구직자들의 취업 환경은 어느 국가든지 전적으로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박윤수 객원기자 birdysue@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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