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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주의에 반대하는 동아시아-미국-푸에르토리코 여성평화네트워크'가 필리핀에서 주최한 제5차 국제회의에 함께 한 참가자들.

여성주의자들이 지향하는 평화운동이란 무엇일까. 지난 11월 21일부터 28일까지 필리핀 여성단체들이 주관하고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동아시아-미국-푸에르토리코 여성평화네트워크'가 주최하는 제5차 국제회의가 필리핀에서 열렸다.

필리핀, 일본, 푸에르토리코, 하와이, 미국, 한국에서 약 60명의 여성이 모여 '진정한 안보'가 무엇인지, 여성의 경험에서 새로운 평화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토론하는 자리였다.

미군기지가 주둔해 있는 지역들의 여성 활동가로 구성된 여성평화네트워크는 미군기지촌 성산업에 있는 여성의 인권침해와 아메라시안 인권문제, 군기지로 인한 생태계 파괴로 인한 피해 등을 중심 의제로 그동안 회의를 진행해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회의에 참석한 18명의 한국인들이 주로 미군기지가 주둔해 있는 경기도 지역의 여성단체들의 활동가라는 점은 큰 의의를 지니며, 지역의 문제와 글로벌의 문제를 보다 통합적으로 인식하려는 움직임을 구체화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여성들의 움직임은 현장방문과 사흘 동안 이뤄진 워크숍 내용을 글로벌의 맥락에서 다시 읽고 연결짓는 26일 공개회의에서 더 가시화되었다.

세계적 군사화가 계속되고 군사력이 증가하는 최근 흐름에, 여성들은 지역의 문제를 글로벌의 문제로 알리고 초국가적 행동을 통하여 풀어갈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를 위한 주요한 원칙은 민주적이고 자율적이며, 수평적인 의사소통의 구조를 실행하는 일임을 이 회의는 그대로 보여준다. 참가자 누구나 말할 수 있고 토론할 수 있는 회의 구조가 이 네트워크 회의의 특징인데, 이는 명령하달식의 위계적 군사문화에 반하는 평화문화 만들기의 핵심을 이룬다.

또한 여성의 경험에서 출발하는 이야기는 안보를 재정의하고 평화를 재구성한다. 세상을 다르게 보는 여성의 입장은 일상적 삶에서 '진정한 안보'를 찾는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지역의 여성들의 관점과 경험이 동일하지는 않다. 민족, 인종, 계급, 나이를 넘어선 여성들의 만남은 여성들의 차이를 드러내나, '하나'의 것으로 획일화하지는 않는다. 그 차이를 인정하며 여성들의 만남의 지점을 자유로이 확대할 때, 초국가적 여성행동은 강한 힘을 발현한다. 이것이 군사주의에 저항하는 이 네트워크가 갖는 평화운동의 미래이다.

김엘리/성균관대 여성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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