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6개 여성단체 대책위 발족 공동 대응

처벌 기준 공개·'2차 가해자' 처벌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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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지역 여성단체들은 12월 10일 밀양성폭력사건대책위를 발족해 공동 대응하기로 결의했다. 대책위 발족식에 앞서 가정폭력 추방을 다짐하는 퍼포먼스. <제공 울산여성회>

“나도 새끼 키우는 입장이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고등학생 정도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을 텐데…가해자도 안됐고 피해자도 안됐어”

12월 11일 울산공항에 내려 시내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택시 기사는 한숨을 쉬었다. 토요일 늦은 오후 시간이었지만 시계탑 사거리에 위치한 울산여성의전화 사무실에는 이미영 회장과 이정희 사무국장이 분주히 움직이며 이후 활동 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울산 지역 여성단체들은 이번 사건이 터진 뒤 12월 10일 밀양성폭력사건대책위를 발족해 공동 대응하기로 결의했다. 대책위에는 울산여성의전화, 울산여성회, 울산상담소협의회, 울산YMCA, YWCA현장상담센터, 민주노동당 울산지부여성위원회 등 6개 단체가 동참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어 엄중한 진상조사, 가해자 처벌 기준 공개, 피해자 보호지원 대책을 요구했다.

대책위 위원장을 맡은 이미영 회장은 “피해 학생은 가해자가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협박하는 바람에 약 1년간 주변에 말도 못하고 공포심과 수치심을 갖고 살았다”며 “어쩌면 영원히 신고를 못하고 묻힐 수 있는 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또 “신고를 함으로써 드러난 첫 사건이기에 다른 피해자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피해 여학생을 가장 먼저 상담한 김옥수 울산생명의전화 소장은 “아이들은 자신이 겪은 일들을 털어놓은 뒤 마음이 시원해졌지만 보복에 대한 불안감에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며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단체 사무실을 나와 수사가 진행중인 울산남부경찰서를 찾았다. 담당 형사 경질설이 퍼져 있어서인지 50여개의 책상과 의자가 빼곡히 놓여 있는 강력계 사무실에는 당직 형사 2명만 앉아 있었다. 40여평 규모의 사무실은 칸막이 하나 없이 탁 트여 있었다. 이곳에서 피해 여중생은 가해 남학생의 얼굴을 마주 보며 또 다른 공포감을 느꼈을 터였다.

하룻밤을 묵을 곳을 찾아다니다 유난히 울산에는 남성들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말 분위기라서 그런지 술을 마시고 6∼9명씩 떼로 모여 서있는 남성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의 남학생 5∼6명이 늦은 밤 술집 앞에 서있는 모습을 본 순간, 온몸이 긴장되기 시작했다. 저 또래의 아이들이 14살밖에 되지 않은 여학생을 둘러싸고 성폭행 했을 것이란 가정이 머릿속을 스쳤다. 갑자기 입에서 터져나온 한 마디. “그 소녀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울산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임현선 기자 sun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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