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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의 인간, 죽음 그 마지막 성장, 제 장례식에 놀러 오실래요, 죽음 가장 큰 선물, 죽음의 시간, 죽음을 어떻게 살까, 에디의 천국, 죽음 삶이 존재하는 방식,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철학 죽음을 말하다, 티벳 사자의 서, 죽음과의 만남,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아름다운 죽음에 관한 사색,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편안한 죽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빛 색깔 공기-죽음을 사이에 둔 두 신학자의 대화-, 그리고 죽음, 죽음 묵상 시리즈, 인생은 아름다워라, 죽음의 한 연구, 춤추는 죽음…두 평이 채 안 되는 내 공부방 책꽂이를 죽 살펴보다가 눈에 띄는 대로 적어본 죽음 관련 책들이다.

'죽음준비교육 전문 지도자 과정'을 공부하면서 한 달에 한 번씩 '죽음 독서 모임'에 참석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죽음 관련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가끔은 죽음이 담긴 시를 나눠 읽기도 하는 내게 사람들은 묻곤 한다. 노년 이야기에다가 죽음 이야기까지, 지겹지 않으냐고. 사실 나는 노년을 통해 그 앞 단계인 중년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또다시 죽음으로 관심의 범위가 넓어지는 경험을 했다. 아마도 노인복지의 끝이 결국은 죽음이기에 그리 되었을 것이다.

죽음 독서 모임의 이름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인데,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어이다. 지난 달 모임에서는 10년 넘게 보들레르, 헤밍웨이, 모파상, 헤르만 헤세, 괴테 같은 작가들의 묘지를 찾아다닌 이야기를 엮은 '인생은 아름다워라'의 저자 맹난자 님을 초대해 말씀을 듣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그분은 말씀을 시작하시면서 어린 시절 겪은 사랑하는 남동생의 죽음과 그 후 택지 개발로 동생의 무덤을 잃어버린 경험이 묘지에 대한 집착을 낳았고 결국 묘지 순례의 길로 나서게 하지 않았나 싶다고 하셨다. 죽음에 관한 기록이라면 신문이든 잡지든 무조건 스크랩한 세월이 20년이고, 그러다 보니 남편의 명예퇴직 바로 다음 날 부부가 같이 프랑스 파리로 떠나 한 달 반을 머무르며 묘지 순례를 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여기 저기 묘지 보러 다니느라 모아 놓은 돈 다 털어서 우리 부부는 이 다음에 병이 나더라도 쓸 돈이 없다”며 웃으셨다.

63세. 자그마한 몸집에 동글동글한 얼굴, 하도 쉬지 않고 책을 보고 글 쓰느라 혹사해서 많이 망가졌다지만 안경 속의 눈은 맑게 반짝였다. 독서모임을 마치고 지하철역까지 모시고 함께 걸으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여쭤보니 이번 책에 미처 담지 못한 작가들의 죽음과 묘지에 대해 책을 한 권 더 낼 예정이고, 계속해서 수필을 쓰며 죽음 이야기를 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하셨다.

글 쓰는 일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다 해도 내 눈에 그분은 행복해 보이셨다. 평생을 놓지 않고 살아갈 주제를 일찌감치 정하셨고, 오래도록 그 한 가지를 붙잡고 자료를 모으고 글을 쓰셨으며 이제는 그것을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으니 말이다. 경제적인 것을 떠나 인생 전체를 놓고 볼 때 '행복한 노년'을 위한 준비를 오래 전에 해 놓으신 것 같다는 내 말에 기분 좋은 얼굴로 웃으신다.

주위를 돌아보면 시간이 생기고, 돈의 여유가 있고, 능력이 뒷받침돼도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몰라 이리 저리 방황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평균수명 80세인 시대다. 40에 시작하면 40년 쓸 수 있고, 60에 시작해도 20년은 잘 쓸 수 있다. 늦었다고 망설일 필요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메멘토 모리,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살아있는 동안 알뜰하고 아름답게 나를 사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맹난자 님의 묘지 기행, 죽음이 담긴 책의 제목도 '죽음은 아름다워라'가 아니라 '인생은 아름다워라'가 아닐까.

유경/

사회복지사,

어르신사랑연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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