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토피를 앓고 있는 3세 여아가 민간요법으로 치료를 받다가 40일 만에 숨졌다는 뉴스에 '아니 저렇게 무식한 부모가?'하며 열받아 있는 내게 남편은 냉정하게 말했다. “너도 똑같아!!!”

그들과 같다 함은 나 역시 아토피에 시달리고 있는 아이들을 양약보다는 민간요법에 많이 의존했기 때문이다. 더러는 몹시도 고통스러워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스테로이드 연고를 발라주거나 항생제를 먼저 먹이기보다는 자연식품으로 병을 다스리려 했고 남편은 그런 나의 모습을 과학적 근거도 없는 민간요법에 대한 맹신이라 단정짓던 터였다.

무식한 아줌마의 행동 정도로 인식되는 민간요법이 정말 그렇게 무가치한 것일까. 가려움을 호소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을 찾아도 별 진전도 없이 아이들의 고통은 반복된다. 병원비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무엇보다도 애들은 여전히 아프고 힘들어하니 병원에 갈 맛은 나지 않는다. 뿐인가. 양약에 대한 독성이나 후유증에 대해서도 막연한 불안심리가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먹을거리를 바꿔 건강한 몸을 찾겠다는 게 뭐 그리 잘못된 일인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서양의학을 대체하는 민간요법이 의료지식의 권위가 없음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서양의료기술은 환자의 치료과정 참여를 통제하고 의료지식은 의료진이 독점한다. 내 몸이 아픈데 두 손 놓고 의사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다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질병은 문화마다 정의되고 대응되는 방식이 다르게 마련인데, 서양의학은 동양의 문화적 특성이 고려되지 않고 획일적인 진료를 하여 문화적인 질병에 대해서는 무력하다.

한국 아줌마의 화병이 그 적절한 예이다. 우리의 몸에 맞는 우리의 의료적 지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그보다는 자신의 몸을 주체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의료지식의 공유가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이러한 원리를 자연히 터득하고 건강한 먹을거리와 스스로의 처방에 힘쓰는 아줌마들을 무식한 맹신자로 몰아세우는 것이 오히려 과학적 지식에 익숙한 남성적 시선일 수 있다.

엄마가 되고 만나는 삶의 지혜가 늘 새롭다. 내 몸 안에 고여있는 어머니와 할머니도 만나게 된다. 그들이 내게 그랬듯 나도 아파 우는 아이에게 약손을 내밀고 따끈한 차 한 잔을 끓여 준다. 그렇지만민간요법이건, 양의학이나 한의학이건 그것이 나의 몸에 왜 필요한지, 나의 몸 상태가 어떠한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내리는 현명함이 우선일 것이다.

조성원 한양대 문화인류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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