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무관심·언론보도 편중에 모금 '가뭄'

재단, 기부금 공제확대·지원금 전환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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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5일 한국여성재단 창립 기념식 및 후원의 밤 행사.

양성평등 사업과 소외계층 여성복지를 지원하는 국내 유일의 민간 공익기금단체인 한국여성재단이 여성문제에 대한 무관심과 언론보도의 '편중'으로 기부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재단은 99년 12월 '우리 딸들에게 희망을 주자'라는 취지로 각계각층 사회인사와 124개 여성단체가 모여 설립된 뒤 여성단체를 육성한다는 목표 하에 기부금을 '여성기금'으로 적립, 이자수익을 통해 여성관련 사업들을 지원해 왔다. 여성재단은 100인 기부릴레이, 새생명 새희망 의료계 공동 캠페인, 딸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터와 가게 캠페인, 특정명의 지정기금, 희망의 동전 모으기 캠페인, 1% 희망나눔 캠페인 등 다양한 모금 활동을 펼치며 11월 4일 현재 22만명이 넘는 후원자의 기부금으로 78억여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그러나 경기 불황의 여파로 이자율이 하락, 이자 수익에 따른 지원비가 줄어드는 한편 기부자도 줄어 올해 기부금은 지난 해 3억1000여만원의 절반 수준인 1억5000여만원에 그쳤다.

여성재단의 기부금 모금이 어려운 이유는 자선이나 복지관련 사업에만 기부금이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성재단 강경희 사무총장은 “민간 자금과 언론의 관심이 특정 단체에 쏠려 있다”며 “여성재단뿐 아니라 규모가 작은 모금 단체들은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언론보도의 편중으로 모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실무자는 “사람들은 연말이 되면 세금을 내듯 주머니를 열지만 여성문제는 급하지 않다는 인식 때문인지 잘 기부하려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강 사무총장은 또 “5%만 연말 세금 공제가 되는 다른 기부금에 비해 주 모금단체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사회복지공동모금법'으로 기업 50%, 개인 100%가 연말 세금 공제 혜택을 받고 있다”며 “기부자들로선 거의 전액을 공제해 주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치권에선 여성재단의 기금 모금을 법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방편으로 여성발전기금을 민간에 이양하는 과정에서 '여성재단법'을 제정하자는 논의가 분분했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설립 당시 정부의 불우이웃 돕기 성금 320억원이 민간기금으로 이양되면서 '사회복지공동모금법'이 만들어진 예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재단법'제정은 기금운용평가단의 여성발전기금 폐지 권고 발표 이후 논의가 주춤한 상태다.

이렇듯 기부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자 여성재단이 자구책 마련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여성재단은 창립 5주년을 맞아 경제계 인사와 여성계 인사로 구성된 '미래포럼'(가칭)을 발족하고, 여성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한편 기업 매출의 1만분의 1을 기부하는 '만분클럽'을 만들어 '개미 군단'의 기부로 이뤄지던 재단의 기금액을 대폭 늘려가겠다는 의지다. 또 기부금 모금에 집중됐던 모금 활동을 여성단체의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금 모금 방식으로 전환해 이자수익이 낮은 취약점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일례로 올해 재단 수익금으로 지원됐던 '짧은 여행 긴 호흡'프로젝트는 내년부터 교보생명이 5년간 1억5000만원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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