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우편연합(UPU) 이원자 국제협약담당관

아시아·여성 편견 불식 최단 기간 승진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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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태 기자 leephoto@>

“한국인이면서 국제인으로 일한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바뀌는 환경에 따라 다른 조약을 만들고 이를 국제회의에서 논의해 채택하는 과정이 일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죠”

이원자(48) 만국우편연합(Universal Postal Union·UPU) 국제협약담당관은 UPU의 유일한 한국 여성이다. 96년 UPU에 공채로 발탁(프로페셔널 3급)돼 2년 6개월이란 최단 기간에 프로페셔널 4급으로 승진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는 최단 기간 승진과 유일한 한국인이란 사실에 대해 “운이 무척 좋다”고 겸손함을 표한다. 2년에 한 번 주어지는 '홈리브(homeleave)'차 한국을 방문한 이 담당관은 외국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가족과 친구들이 그립다”고 말문을 열었다.

UPU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190개국이 가입하고 스위스 베른에 사무국을 둔 국제연합 전문기구. 각 국의 우편물 교환이나 경제·문화 교류를 도모하는 활동을 주로 한다. 5년에 한번 회원국들끼리 모여 우편대회를 열고 우편에 관한 조약을 심의·개정하는 것도 UPU의 업무다. 이 담당관은 UPU에서 우편통신을 위한 국제협약법 제·개정과 제3국 등 빈곤한 국가의 우편 네트워크 구축, 우편 교환의 표준화 활동 등을 맡고 있다.

“국제 사회에 있으면 나라의 힘을 느껴요. 객관성, 공정성을 가지고 일을 처리하지만 대표성을 갖는 부분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이 담당관이 국제 사회에서의 활동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꼽는 것은 언어. 국제회의 석상에서 영어 못지않게 불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프랑스 유학을 결심했다. 그는 정보통신부 9급으로 입사해 국제대학(현 서경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며 직장 생활을 하던 도중 89년 정부장학금으로 파리 9대학에서 정보통신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그리고 92년 귀국해 공무원 생활을 계속하다 현재의 UPU에 발탁됐다.

이 담당관이 처음 UPU에서 한 일은 조직개편을 맡아 직원들의 직급 평가를 수행하는 업무였다. 당시엔 아시아인이자 여성이라는 이유로 견제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객관적으로 일을 처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자부심을 표한다.

차이 인정하는 오픈마인드 국제업무 필수요소

“국제 기구는 승진할 때 한국의 공직처럼 기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철저히 능력 위주로 평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인과 여자라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어요. 이를 무너뜨리면서 신뢰의 벽을 쌓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는 “초기엔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재는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일이 즐겁다”며 “국제마인드는 바로 차이를 인정하는 오픈마인드”라고 강조한다.

“유엔의 인사제도는 가족의 뒷받침과 적응력 두 가지 기준을 갖습니다. 개인의 능력과 지식이 비슷한 수준일 때 어떤 사람이 유능한 공무원인가는 다른 문화에 대한 적응력을 보고 평가하죠”

“인정을 받으니 일이 재밌다”고 말하는 이 담당관은 “스위스, 러시아, 미국인 등 직원 4명이 자신을 믿고 따라주는 데 대한 보람도 크다”고 덧붙였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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