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학은 참여와 실천의 학문”

'한국여성학회 창립 20주년 추계학술대회' 김태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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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년 여성학회가 창립될 당시만 해도 여성이 숨쉬기 척박한 사회였습니다. 학제 간 연구가 활발해지고 국외파 여성학자들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여성문제 연구가 본격화됐습니다”

'한국여성학회 창립 20주년 추계학술대회'를 끝으로 1년간의 임기를 마친 김태현 회장(성신여대 가정학과 교수)은 여성학회 20년의 역사를 돌아보며 “실천학문, 응용학문으로서 여성학이 자리잡아 온 시기였다”고 전했다. 그는 “초기 여성학이 생길 무렵 다양한 전공자가 하나의 여성학 이론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아 여러 연구의 이론으로 접근하는 학제 간 방법과 분과 학문적인 접근 방법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법제도상의 변화와 한국 사회의 변화를 주도해 온 여성학의 기여를 무시할 수 없다. 최근에는 확산되는 성매매 논란과 관련해 124명의 여성학자가 성매매방지법의 올바른 시행을 촉구하며 여성학자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성학이 실천학문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는 움직임이다.

김 교수는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여성단체와 여성부가 외부의 반격을 받는 데 대해 더 이상 여성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침묵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선언을 한 것”이라며 “학문적으로 왜곡된 성문화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성담론을 만들어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여성학회는 2005년 6월 전 세계 수천명의 여성학 연구자들이 한국으로 몰려오는 세계 여성학 대회를 앞두고 있다. 이 대회의 주제는 '경계를 넘어서 : 동서/남북'이다. 지역, 인종, 국적, 성별을 넘어 모든 경계를 아우르자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지난 한 해 우리 사회의 모든 경계를 아우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3월, 4월, 6월 충청, 호남, 경상도를 돌며 학술대회를 여는 한편 이론, 학계, 지역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던 것을 여성학회의 성과로 꼽았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차이를 드러내고 계급, 민족, 성, 지역, 세대, 성적 정체성 등 다양한 경계를 넘어서는 학문적인 기반을 마련해 보고자 했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여성운동 이슈 끝순위는 부당대우”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활동가 케이

한국의 여성운동계와 여성학계가 그간 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을 배제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활동가 케이는 11월 20일 연세대에서 열린 '한국여성학회 20주년 추계학술대회'에서 “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은 '여성'이라는 여성성적소수자의 '애매한'사회적 위치 때문에 오랫동안 여성계 이슈의 외곽으로 밀려나 있었다”고 포문을 열었다.

케이는 “'일하는 데 분위기 이상해지게 왜 커밍아웃을 하고 난리인가'등의 호모포비아적인 발상이 여성단체에 만연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아웃팅이나 동성 간 성폭력 개념 등이 많은 수의 레즈비언들은 이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만큼 정보도 적고 두려움을 갖지만 일부 여성주의자들은 여성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마련한 관련 용어나 해결책을 적절히 이용하면서도 실제로 그것을 이용할 수 없는 이들이 처해있는 현실적 조건을 들여다보는 데는 무관심과 회피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케이는 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이 성적소수자 인권운동 진영, 여성운동 진영, 인권운동 진영에서 맨 마지막 순위로 밀려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오랫동안 공들여 온 것이고 하니, 일단 호주제 폐지부터 시키고 부족한 부분들은 차차 채워나가자는 거죠.”

호주제 폐지 이후 대안적 신분 등록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한 여성단체의 실무자가 보인 반응이다. 그러나 “여성 성소수자가 처한 현실적인 문제들은 여성이란 정체성과 동성애라는 정체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여성문제”라는 점에서 나름의 연대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여성주의자, 여성학도가 '레즈비언은 페미니스트'라는 오류를 범하는데 여성이라고 모두 페미니스트가 아니듯 레즈비언이라고 해서 모두 운동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을 뿐이죠”

케이는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나 결혼한 여성이라는 전제가 여성학, 여성주의 안에서도 당연시되는 경우가 있다”며 “서로에 대해 잘못 알고 있거나 교정을 요하는 부분은 대화를 통해 나눠야 한다”고 전했다. (취재원의 요청에 의해 사진과 실명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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