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왜 조직문화에 약한가?

남성 중심적, 보수적인 조직일수록 여성들은 인맥 만들기 어려워

'학연''지연'에서도 여성은 제외

인기 드라마였던 대장금에서 한상궁과 최상궁의 대결을 많은 사람은 기억할 것이다. 최상궁이 절대적인 우위에 있었던 것은 그녀가 사회적 연결망 즉 조직을 장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최상궁은 일찍이 사회적 연결망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신의 후계자를 키우고 궁녀 사이의 네트워크를 공고히 했다. 용의주도한 최상궁이 드라마에서 나쁜 사람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과연 그러한가. 사회적 연결망을 공고히 하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오히려 조직에서 성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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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에서 생존하기 위해 여성들은 남성들과 '유사한'방식의 정치적이고 목적의식적인 연결망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임신, 출산으로 인한 부당해고에 저항하는 여성들(위쪽)과 컴퓨터 교육에 열중인 대학생들(아래쪽).

여성들은 취업도 힘들지만 일단 입사한 뒤에도 조직 내에서 중심이기보다는 주변 집단에 머무르며, 특히 승진에 있어서 늘 어려운 조건에 처해 있다. 이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여성들이 사회적 연결망에 있어서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여성학자 이성은(이화여대 강사)씨는 '한국의 조직문화와 여성의 사회적 연결망 구성에 관한 연구'(2004)에서 경력이 5년 이상 된 여성들이 기업 조직 내에서 어떻게 연결망을 형성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연구자는 여성들의 연결망이 남성의 연결망과 비교해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그 안에 어떠한 대안이 있는지를 모색하고 있다. 여성의 사회적 연결망에 관한 기존의 연구들은 양적 방법론에 기초하여 여성의 연결망이 남성의 연결망과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지만, 양적 방법론이 갖는 한계로 인하여 여성의 연결망과 남성의 연결망에 차이점이 왜 형성되는 가에 대한 해석이 미진하였다. 이번 연구에서는 15명의 사례를 심층면접을 통해 분석함으써 이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

조직 내에서 연결망을 형성하는 주요 고리 중 하나는 학연이다. 하지만 같은 학교 출신이라 할지라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외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기업문화나 업무의 특성과 관련해서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컨설팅업무의 경우에는 집단적인 인화 단결보다는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문화가 강하므로 연결망의 중요성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언론사의 경우는 남성 중심적이고 보수적이고 권력 지향적인 조직이므로 여성들은 인간관계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서 여성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점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기자 생활을 시작하고 초기에 몸이 안 좋아졌어요. 술하고 담배를 1년 365일 중 364일을 피우고 마셨으니까요. 왜 그랬는지 몰라요”(주간지 10년차 여성)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연결망에 대한 고민은 지위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하급 컨설턴트부터 상급 경영자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업무임을 강조한다.

흡연실 혹은 사우나, 룸살롱에서 중요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주요한 결정을 하기 때문에 여성들이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공간으로부터의 분리 방식은 남성 중심적인 연결망 구성의 핵심적인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남자들이 그런 얘기를 하는데, 공범의식 즉 나쁜 짓을 같이 함으로써 형성되는 끈끈한 연대감 같은 게 있나봐요, 저는 전혀 거기에 참여하고 싶지 않아요”

사회적 연결망의 성별적 특성으로 나타난 점은 여성들은 연결망을 만들어 가는 데 목적의식성이 부족하고 사적인 감정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발제자는 여성들의 이러한 특성은 남성들의 연결망보다 대인관계에 있어서 더 깊이 있고 장기적인 관계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런 방식의 대인관계가 여성들의 네트워크 방식의 새로운 가능성이라고 제시했다.

한편 이러한 방식의 대인관계는 여성들의 미성숙함을 드러낼 뿐 업무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되기도 한다. 여성들도 사회적 연결망을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남성들과 유사한 방식의 정치적이고 목적의식적인 연결망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연구자는 여성의 사회적 연결망의 특성은 기업 문화의 특성, 업종, 지위의 차이, 술 중심의 접대·회식 문화, 조직관의 변화 등의 다양한 요소와의 역동적인 연관성 속에서 끊임없이 다르게 재구성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선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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