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쉬는 시간에 떠들었다고 선생님한테 혼나고 청소하고 왔어요. 선생님은 쉬는 시간에 조용히 자습만 하래요” “아니, 학교가 무슨 포로수용소라니? 쉬는 시간에는 맘껏 떠들고 청소하고 오너라”“학교, 보낼까 말까?” 아이 둘을 초등학교에 보내고 나서 계속되는 갈등과 고민이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변화에 가장 더딘 곳이 학교가 아닐까 싶다. 학교는 우리사회의 규범인 이성애와 정상가족이데올로기를 생산해내는 공장이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식에 가면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남학생과 여학생은 한 줄씩 서서 짝을 이루고 있다. 수업이 이루어지는 교실에서는 2명이 공부할 수 있는 책상에 여학생과 남학생이 짝을 이루고 있다. 학교는 '남녀가 짝을 이뤄야 정상'이라는 이성애적 질서를 아이들에게 일찍이 학습시키고 있는 것이다.

학년이 올라가면 학교는 '부모'로 인쇄되어 있는 가정환경 조사서를 아이들을 통하여 집으로 보낸다. 할머니나 할아버지, 이모가 키우는 아이도 있을 것이고 한 부모 가족은 또 얼마나 많은가. 아이들의 알림장에서 '어른과 함께 연습하기'가 아닌 '부모님(또는 엄마)과 함께 연습해오기'라는 말은 언제쯤 사라지게 될까? 우리 아이가 “엄마, 우리 반에요. 엄마 없는 애가 O명인데요, 누구누구예요”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가족관련 과제 덕분(?)이다. 그것들은 '부모님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 가지고 오기' '가족을 소개하는 글 써오기' '가족과 놀러갔던 그림 그려오기' 등이다. 나는 지난 주 금요일에도 토요 휴교일을 맞으며 '가족신문을 만들어 오라'는 숙제를 보고는 아연실색하게 되었다. 정말 가족관련한 숙제가 징글징글하기만 하다.

우리 사회는 부모와 자녀들로 이루어진 가족이 '정상적인 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지배하고 있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학생이 어떠한 가족형태 속에서 살고 있는지를 노출시키는 가족관련 과제들은 한 부모 가족이나 조손가족 등 다양한 가족들을 간접차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학교 분위기에서 아이에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가정환경 조사서를 보고 부모란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역시, 아빠가 없으니까 애가 기가 죽었구나” 아∼정말 갈등된다. “학교, 계속 보내야 되나?”

조주은 고려대학교 보건대학 여성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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