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에 짓눌린 사랑은
삶의 무게에 짓눌린 사랑은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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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받지 않는 자유와 자유롭기 위한 결혼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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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꿈꾸는 열정적인 여자 시벨은 억압적인 가족에게서 벗어나고 싶다.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해 이제 스무 살인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자살' 아니면 같은 터키계 남자와의 '결혼'이었다. 자살을 계기로 40대 중년남자 차히트와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녀는 그에게 위장결혼을 제안한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의 삶 역시 피폐하긴 마찬가지이다.



시벨과 차히트에게 결혼이란 사랑도 책임도 그 무엇도 아니다. 서로 간섭하지 않고 각자의 생활을 즐기는 허울좋은 방패막이일 뿐이다. 사랑은 계약조건에 금지돼 있는 조항이지만, 그들의 위태로운 결혼생활은 오래가지 못하고 사랑이라는 미묘한 감정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술과 마약, 자해에 찌든 이들에게 사랑은 버겁기만 하고, 그러던 중 차히트가 시벨의 남자친구를 우발적으로 죽이게 되면서 그들의 결혼도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영화 '미치고 싶을 때'는 터키계 독일인 남녀가 우연히 만나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멜로 드라마이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전형적인 결말을 따르고 있지는 않다. 영화는 그들의 우연한 만남, 결혼 후의 무심한 관계, 때늦은 교감, 그리고 야속한 이별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미치고 싶을 만큼 삶이 버거울 때 만난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게 되며 변화하게 된다. 사랑은 황폐한 차히트에게 새로운 생의 의미를 주고 대담하고 자유분방한 시벨 또한 사랑 앞에서 조금씩 변하게 된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사랑은 찾아올 수 있고 그 사랑이 구원이 될 수도 있지만, 그들의 사랑은 어긋나기만 한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그들의 사랑에 가슴 아프면서도 쓸데 없는 몇 가지 의문이 남는다.



자유롭기 위해 결혼을 선택한 시벨은 과연 자유로웠을까? 결혼 안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일까?



스무 살의 시벨은 결혼이란 제도를 너무 얕잡아 봤는지도 모른다. 결혼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사랑이나 자유보다도, 그것이 사회적인 제도이고 약속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영화 속 시벨의 선택은 상당히 위험한 것이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독립하는 것과 자유를 양 손에 모두 가지려고 한 시벨의 모험은 그래서 불발로 끝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시벨은 사랑이 아닌, 남편과 아이가 있는 가정에 안주한다. 자유롭기 위해 결혼을 선택한 그녀로서는 놀라운 변화이지만 적어도 이제는 그녀가 결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게 된 것은 아닐까?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록음악에서 터키 전통 재즈까지, 영화 속 구석구석에 쓰인 다양한 음악이다. 영화 중간 중간에 음악극처럼 나오는 터키 전통악단의 연주 또한 인상적이며 참신하다. 관객을 이야기에 몰입시키며 주인공들의 감정을 분출하듯 드러내는 음악에 귀를 기울인다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벨을 연기한 배우 시벨 케킬리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 '미치고 싶을 때'는 2004 베를린 국제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배준이/ 티 하우스 나무사이로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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