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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 있는 '용머리 성당'에 가서 어르신들을 만난 것은 지난 주 일요일이었다. 65세 이상 어르신들의 모임인 '은빛회'를 조직하면서, 그 전 단계로 노년과 관련한 강의를 한 번 듣고 싶다고 연락을 해오셔서 망설임 없이 달려갔다. 사실 1시간 30분의 강의를 위해 왕복 6시간의 거리를 오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것도 온 가족이 모처럼 낮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일요일에 말이다. 그래도 노년과 관련해 내가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평소에 품은 마음이 있어 즐겁게 출발할 수 있었다.

성당에 도착해 보니 큼지막한 현수막에는 '아름다운 노년'이라는 강의 제목과 '강사 : 유 경'이라고 또렷하게 적혀있었다. 기다리고 계신 분들은 대부분 어르신들이었고 중년들이 간간이 섞여있었는데, 소개를 받고 앞으로 나서니 예쁜 여자 어린이가 커다란 꽃다발을 내게 선물로 주었다. 환영의 마음이 듬뿍 담긴 꽃다발에서는 진한 향기가 뿜어져 나왔다. 드디어 강의 시작! 눈으로는 웃고, 입으로는 크게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면서 박수를 치는 '인사 연습'으로 마음을 풀고 '100 빼기 7, 빼기 7, 빼기 7…'로 이어지는 숫자 문제를 함께 풀면서 잠깐 머리 운동을 한다.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기 위해 꼭 필요한 몇 가지를 간추려 말씀드리고, 이어서 인간관계의 기본이 되는 '마음을 여는 대화법'으로 들어간다. 중간에 지루하지 않도록 두 분씩 짝을 지어 서로 '눈맞춤'을 하고, 소리내어 자기 소개를 하는 '입맞춤'도 하고, 서로 손을 잡는 '손맞춤'과 칭찬을 해주는 '마음맞춤'을 하면서 함께 웃기도 했다. 마지막으로는 중년과 노년에 꼭 필요한 10가지를 모은 '중년과 노년을 위한 십계명'을 알려 드리고, 다같이 일어나서 내가 만든 '웃음 운동'으로 마무리를 했다.

성당이라는 경건한 분위기에 점잖은 분들이 많으셔서 그런지 분위기가 활발하고 왁자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진지하게 들어주시고 종이에 열심히 메모를 하며 집중을 해 주셔서 잘 마칠 수 있었다. 성당 지하 식당으로 옮겨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는 시간, 기차 시간이 급해 요기만 하고 서둘러 나오는데 식사 중이신 어르신들이 다같이 따뜻한 박수로 배웅을 해주신다. 그 내리사랑의 마음을 잘 알기에 고단한 줄 모르고 서울행 기차에 올랐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성당이나 교회, 혹은 사찰 같은 종교기관에서 특히 더 노년에 대해 관심을 갖고 노인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봤다. 먼저 노년 인구가 많으며, 그 숫자가 점점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사회전체의 노인인구 비율보다 종교기관 안의 노인인구 비율이 훨씬 높아서, 그 안에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고령화가 진행되어 왔다.

그 많은 노년에 대해 어찌 나 몰라라 할 수가 있겠는가. 또 하나는 노년은 머지않아 만나게 될 우리들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노년을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이 다음에 우리 자신이 노년이 되었을 때 과연 젊은 세대에게 무엇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받으려면 먼저 베풀어야 한다. 여기에 또 한 가지는 이웃을 사랑하는 일이 종교의 본래 사명임을 기억해야 한다.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랑과 돌봄이 종교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인데, 노인이야말로 이 사회의 약자 중의 약자가 아닌가. 마지막으로 노년은 존재 자체가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전쟁과 질병과 사고에서 살아남아 노년을 맞으신 분들은 그 자체로 생명의 존엄성과 삶의 엄숙함을 느끼게 해 준다. 우리들 생이 경박함에서 벗어나 진지해지고 깊어지는 데 노년만큼 귀한 본보기가 없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의 사랑이 그런 것처럼, 그 날 선물로 받은 꽃에서는 오래도록 향기가 떠나지 않았다.

유경/

사회복지사,

어르신사랑연구모임

cafe.daum.net/gerontology

treeapp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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