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보고에 치료제까지 '팔방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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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불과 30∼40년 사이에 그 위상이 천지차이로 달라진 과일이 있다면 아마도 '바나나'일 것이다. 60∼70년대에 이국적인 야자수가 늘어서 있는 햇빛 찬란한 바닷가에서 보내는 아름다운 휴가와 멋진 삶, 그리고 낭만적인 모험을 상징했던 바나나가 이제는 슈퍼마켓에서 가장 값싸고 흔한 과일이 되었다.

까맣게 변한 껍질 맛과는 무관

바나나를 냉장고에 넣으면 껍질이 까맣게 변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 까만 바나나에 독이 있다고 걱정한다. 또 푸른 바나나를 먹으면 풋사과를 먹었을 때처럼 배가 아프다고도 한다. 하지만 이는 다 흥미로운 화학작용의 결과일 뿐 독이나 배탈과는 상관이 없다. 우선 바나나가 검게 변하는 것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행위로서 대체로 상처나 냉해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곰팡이나 곤충으로부터 피해가 있거나 타박상을 입을 경우 바나나는 피해를 최소로 줄이기 위해 세포에서 폴리페놀을 분비한다.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바나나는 냉장고 속을 냉해로 인식하므로 이 경우에도 폴리페놀이 분비된다. 폴리페놀은 페놀라제라는 효소에 의해 퀴논으로 변하는데, 퀴논은 곰팡이에 대항하고 곤충이 먹으면 독이 된다. 퀴논은 또 다른 분자들과 결합하여 거대한 고분자를 만드는데 그 고분자의 색깔이 바로 바나나 껍질의 갈색부분이다. 까맣게 변한 바나나를 보면 별로 식욕이 당기지는 않겠지만 속살은 안심하고 먹어도 좋다.

나무가 아니라 풀에서 열려

바나나는 '지혜로운 자의 과실(Musa Sapientum)' 또는 낙원의 과실(Musa Paradisiaca)이라는 아름다운 학명을 가지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바나나가 과일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노란 껍질을 벗기고 먹는 바나나 자체는 과일이다. 지금은 씨 없는 품종을 상업적으로 재배하기 때문에 씨앗이 없지만 원래는 과육 안에 씨앗이 아주 많았다. 하지만 바나나가 열리는 식물은 나무가 아니라 풀이다. 풀은 꽃이 피는 식물로서 그 줄기가 나무처럼 목질이 아니라 다육질로 되어있는 식물이다. 바나나 줄기는 잎이 촘촘히 겹쳐 싸여있는 구조인데 엽초라 불리는 것이 단단히 둘러싸여 있어 의사줄기(pseudostem)라 불린다. 우리가 편의상 바나나 나무라고 부르는 식물은 키가 15m까지 자랄 수 있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큰 풀이 아닐까 싶다.

다산 상징 결혼식 때 집 앞에 걸어

아무리 큰 바나나 나무도 일단 바나나가 수확되고 나면 죽는다. 그렇다면 씨앗도 없는 바나나가 어떻게 번식을 하는 것일까. 접을 붙이거나 줄기번식을 한다. 바나나 나무는 죽기 전에 옆으로 분지처럼 새로운 땅속줄기를 하나 탄생시킨다. 이 어린 바나나 나무가 자라기 시작하여 6∼7개월이 되면 꽃이 피고 바나나가 열린다. 그리고 9∼12개월이 되면 바나나를 수확할 수 있다. 바나나는 이렇게 하나의 뿌리에서 계속 자손이 나와 자라고 열매를 맺는 속성 때문에 이슬람교도들에게 다산과 번영의 상징으로 사랑받고 있다. 그래서 결혼식 때마다 집 앞에 바나나를 걸어놓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사과와 함께 두면 노랗게 익어

바나나 껍질의 푸른색은 부지런히 광합성을 해서 과육을 키워내는 주인공인 엽록소의 색깔이다. 하지만 바나나가 익기 시작하면 그 바나나는 이제 성장기를 벗어났기 때문에 더 이상 광합성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이때 엽록소를 만들어내는 세포인 엽록체 주변의 세포막이 파괴되면서 엽록소를 분해하는 효소가 안으로 진입하게 된다. 그로 인해 푸른색은 사라지고 다양한 안토시아닌이 만들어지면서 껍질에 노란색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식물호르몬인 에틸렌 가스의 방출을 신호로 시작된다. 바나나 업자들이 수송된 푸른 바나나를 팔기 직전에 에틸렌 가스를 쐬어 익히는 것도 다 이런 자연의 성숙방식을 모방한 것이다. 에틸렌 가스는 익은 바나나와 사과에서 자연적으로 방출된다. 그래서 푸른 바나나와 사과를 함께 둔다든지 또는 익은 바나나와 푸른 바나나를 한 봉지에 넣어두면 바나나가 금방 노랗게 익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나나 열량은 초콜릿바 두 배

바나나는 품종에 따라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74%의 물, 23%의 탄수화물, 1%의 단백질, 0.5%의 지방, 2.6%의 섬유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익어가면서 대부분의 탄수화물이 당으로 변하고 1∼2%만이 녹말로 남게 된다. 그래서 바나나가 익어갈수록 단맛이 증가하는 것이다. 잘 익은 바나나 1개에는 설탕 5티스푼의 분량이 들어있어 초콜릿바 1개에 들어있는 분량의 두 배나 된다. 큰 바나나 1개의 열량은 1601㎉로서 배의 두 배에 해당하고, 밥 반공기의 열량과 맞먹는다.

고혈압·설사·변비에 좋아

바나나에는 칼륨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혈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에게 좋다. 혈액 속의 칼륨양이 낮으면 뇌졸중의 빈도가 올라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바나나는 설사에도 효능이 있다. 설사와 연관이 있는 담즙산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설사에 효험이 있는 바나나가 변비에도 좋다는 것이다. 독일의 클라우츠 박사는 바나나에 들어있는 식이섬유는 양이 많고 부드러운 대변을 유도하여, 설사와 변비를 동시에 예방하는 효과가 있음을 밝혀냈다. 다량의 펙틴(Pectin)성분은 대변의 형성을 촉진하는 설사 예방효과를 갖고 있으며, 헤미셀룰로오스(Hemicellurose)는 장의 운동을 촉진하고 대변을 물렁하게 만드는 변비예방작용을 한다. 바나나처럼 물을 흡수하여 부피가 팽창하는 점액질의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있는 과일에는 망고, 무화과, 파인애플, 파파야 등이 있다.

바나나는 껍질까지도 쓸모가 있다. 물론 바닥에 놓아 미운 사람을 넘어지게 하는 그런 쓸모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바나나 껍질에는 용제인 아밀아세테이트가 들어있다. 바나나 기름이라고도 불리는 이 용제는 옷의 얼룩을 빼는 데도 좋고 구두를 닦아도 윤이 나며 잘 닦인다.

〈제공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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