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타협 않는 리더십-김정숙 한국여성정치문화연구소 이사장

“밀알 되도록 뛰어달라”한국여성정치문화연구소 설립…비례대표 3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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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대부터 16대까지 전국구 의원을 지낸 김정숙 전의원(한나라당)이 지난 4월 총선 지역구 출마자 경선에서 같은 당 남성 후보에 밀려 낙마한 사건은 당시 큰 충격을 주었다. 여성 국회의원이 5%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유일한 여성 삼선 의원이었던 김 전의원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가 컸기도 했지만, 그는 의정활동 잘하기로 소문난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한국여성정치문화연구소 이사장으로, 고려대학교 초빙교수로, 아·태여성정치센터 총재로, 전국을 누비며 여성정치세력화의 전도사로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지 얼굴이 좋아졌다는 얘길 자주 듣습니다. 이제 제가 할 일은 의정활동 경험을 살려 정치인을 지망하는 여성들을 훈련시키고 2006년 지방선거에서 여성들이 많이 당선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전의원은 88년 4월 총선 때 당시 민정당의 지역구 여성 공천 정책에 의해 후보로 발탁되면서 정치와 인연을 맺었다. 88년 4월에 실시된 13대 국회의원 선거는 망국적인 지역감정과 여성에 대한 혐오감, 돈으로 표를 매수하는 돈선거로 점철된 그가 경험한 가장 '지저분한 선거'였다. 하지만 성과도 있었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그에게 길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김 전의원은 정치문화를 바꾸지 않는 한 우리나라 정치가 발전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으로 89년 '한국여성정치문화연구소'를 설립해 정치문화개선 작업에 발벗고 나섰다.

그는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교육위원회와 여성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특히 여성 정치진출 확대를 위해 선거 때마다 미운 털 박힐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총대를 멨다.

김 전의원은 2000년 총선 때 비례대표 30% 여성 할당을 명문화시킨 공신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교육학 박사인 그는 “이제서야 내 전문분야로 돌아갔다”며 “리더는 봉사와 헌신을 가져야 하며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는 정신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끈기·전문성의 리더십-손봉숙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초대 회장

“정치와 '사랑'해야 개혁”정치학자 출신 '준비된 의원'…의정활동 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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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란 말처럼 우리가 살면서 겪는 모든 일들은 정치와 연관돼 있습니다. 여성 정치세력화운동은 여성들이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을 만드는 것입니다”

학자 출신으로 재야에서 오랫동안 여성 정치세력화 운동을 이끌어온 손봉숙(60) 의원은 17대 국회에 민주당 비례대표 1번으로 출마해 배지를 달았다. 손 의원은 국회 개원 뒤 지금까지 5개월간의 의정활동 평가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기간 그는 핵심을 짚는 날카로운 질문과 문제제기로 '준비된 국회의원'이란 별명을 얻었다.

“선거, 정당, 의회정치는 제 전공분야이고 꾸준한 연구활동과 해외 여성들과의 연대 활동이 제게 별 어려움 없이 의원생활에 적응하게 해주었습니다. 전보다 훨씬 바빠졌다는 것을 제외하곤 달라진 것이 거의 없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손 의원은 지금도 시민운동의 연장선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회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란 거대 정당에 의해 움직이고 있어 다수당의 횡포에 꼼짝없이 당하는 기형적인 구조는 반드시 고쳐져야 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손 의원이 정치학을 전공한 60년대는 여성이 정치학을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뉴스였던 시절이었다. 그가 68년 한국정치학회 회원이 됐을 때 전체 회원 800명 중 여성은 6명에 불과했다. 그는 90년 한국여성정치연구소를 설립해 유권자 교육, 차세대 지도자 및 보좌관 교육 활동을 벌였다. 뭐든 시작하면 10년은 해야 전문가란 소리를 듣는다고 믿었기에 그는 2000년까지 소장으로 일했다. 소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도 정치권에서 각종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소장 임기를 마칠 때까지 그는 모두 거절했다.

손 의원은 “여성정치운동을 주류화하고 정치에 무관심했던 여성들이 정치를 가깝게 생각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해왔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18대 국회에 더 많은 여성이 들어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력투구의 리더십-이춘호 한국여성유권자연맹 명예회장

“지방의회의 '승리' 기대”여성유권자연맹 첫 선출직 회장…국내외 교류 넓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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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이란 학문을 나이 들어 접하면서 여성의 문제는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이고, 그 해결방법을 정치에서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춘호 한국여성유권자연맹 명예회장은 정치학을 전공하고 86년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임원연수에 강사로 참여하면서 한국여성유권자연맹과 인연을 맺기 시작, 18년간 여성정치운동에 발을 담게 됐다.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사상 처음으로 투표를 통해 회장으로 선출된 그의 신조는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지식인의 사명”이라는 것. 6년간 한국여성유권자연맹 회장을 역임하며 내적으로는 연맹조직을 두 배로 활성화시키고, 외적으로는 99년 한·일여성지도자세미나를 통해 1300여명의 한·일 여성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아시아의 여성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그는 또 여성단체들과 활발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가족법개정운동, 여성비례대표 50% 할당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18년간 여성정치 운동을 해오며 “에너지, 시간, 돈을 다 환원한다는 생각으로 운동을 했기에 후회는 없다”면서도 “조직운영에서 여성정치세력화의 본질이 무엇인지 모르고 비판과 비난을 하는 일부 여성들 때문에 진실이 왜곡될 때 가슴이 아팠다”고 토로했다.

현재 기초의원(현재 여성기초의원이 1.6%정도)에 여성의 참여를 늘리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생각에 박춘호 의원과 '기초의회와 함께하는 여성들의 모임(기여모)'을 만들어 활동 중인 그는 생활정치를 실현해 '내 가정, 내 지역, 내 나라'를 새롭게 개혁하려는 여성기초의원을 길러내 정치개혁을 여성의 손으로 이루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운동·연구 조화의 리더십-조현옥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세력화 코드는 젊은 피”“이젠 양보다 질”…39명 의원 모니터링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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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중앙'이라는 코드에서 벗어나 소외된 사회구성원들을 감싸 안고 지역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생활정치로 정치판을 바꾸기 위해 결성된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여세연). 여성정치 연구 분야의 차세대 주자인 조현옥 여세연 대표는 “한국의 정치 개념은 지나치게 제한돼 있다”며 “정치란 모든 일상과 관련된 중요한 영역인 만큼 여성이 정치활동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여성정치의 연구자로 출발한 조 대표는 99년 여세연 결성에 동참하면서 여성의 정치세력화 운동에 뛰어들게 됐다. 그가 독일 유학(하이델베르크 대학 정치학 박사)을 마치고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다. 그는 “젊은 세대가 주축이 돼 진보 여성정치를 지향하는 여세연의 첫 방향은 '에밀리리스트'처럼 기금을 모아 여성의원들을 지원하는 것이었지만 한국의 정치문화에선 쉽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여세연이 낳은 성과는 한국 여성정치사에서 괄목할만하다. 여세연은 지난 1월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 결성에 주축이 돼 '101인 여성후보'를 발표, 기존 정치판에 새바람을 몰고 오는 한편 '17대 총선을 위한 여성연대(총선여성연대)' 발족에도 기여했다, 이와함께 수차례에 걸쳐 사이버여성정치학교, 여성유권자 정치 의식 고양 토론회, 지방선거 여성후보 실무 교육 등을 개최해 왔다.

향후 여세연은 여성의원들의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사업을 통해 여성 정치인들을 꾸준히 감시, 검증, 격려할 예정이다.

특별취재팀 = 임현선 기자 sun5@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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