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이상한 법” “경제 불확실성 키운다” 등 성매매방지법 때리기 부적절한 발언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의 '성욕 제한은 인권침해'발언에 이어 국내 주요 경제리더들이 성매매방지법 시행을 경기침체의 한 요인으로 지목, 성매매에 대한 '왜곡된' 주장을 펴고 있어 시민사회단체의 우려를 낳고 있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1월 4일 '우리기업의 현재와 미래'란 주제로 열린 서울대 강연회에서 “어느 사회이고 찌꺼기를 버릴 수 있는 하수도가 필요한데 성매매방지법이 이걸 꽉 막아버렸다”며 “성매매방지법 때문에 가장 오래된 직업이 엉망이 되고 나라경제가 엉망이 된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 물의를 빚은 데 이어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성매매방지법을 경기침체의 주범으로 지목, '경제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부총리는 “부총리 취임 이후 한숨 돌리려고 할 때마다 중국쇼크, 대통령 탄핵, 달러화 약세 등 불확실성이 발생했다”면서 “최근 만들어진 이상한 법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박 회장과 이 부총리의 발언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성매매방지법이 경제에 타격을 준다'는 여론에 힘을 싣는 주장이어서 더욱 문제로 이를 접한 정치계, 시민사회단체들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성매매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던 조배숙 의원은 5일 성명을 발표해 “최근 일부 경제지도층들이 성매매방지법이 모든 경제문제를 야기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면서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구차한 변명이자 책임회피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이하 경실련)은 8일 논평을 통해 “성 산업의 번창은 박용성 회장이 입만 열면 강조하는 경쟁력 강화에도 결코 도움이 안된다”며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지론인 박 회장은 '돈이 된다면 뭐든 좋다'는 천민자본주의적 '찌꺼기'를 버리고 기업과 재계가 한 단계 고양된 윤리·책임의식을 갖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실련은 이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서도 “경제적으로 볼 때 단기적으로 마이너스 영향이 존재할지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반드시 훨씬 더 큰 플러스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양적인 경제논리가 아닌 질적인 경제논리가 우선시돼야 우리 경제사회가 선진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성상담소 유경희 소장은 “알선업자들이 만든 성매매 시장 때문에 '경제가 안 돌아간다'는 논리가 나오는 것”이라며 “그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데 대한 비판은 없이 성매매 여성 개인에게만 초점이 맞춰지는 논리는 불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계 인사들의 성매매 관련발언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의 성차별, 여성의 빈곤, 남성 중심적인 성문화와 복합적으로 얽힌 성매매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기만 하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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