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최초 검사장을 지낸 조희진 변호사가 지난 6월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조 이사장은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가 등 공공부문에 대해 법률지원하는 ‘국가로펌’으로써 국가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고 행정의 합법성 확보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취임을 축하드린다. 정부법무공단이라는 이름이 낯설다. 어떤 업무를 하는 곳인가?
“정부법무공단(이하 공단)은 ‘정부법무공단법’에 따라 2008년 설립된 법무부 소관의 공공기관으로,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로부터 위임받은 국가소송, 행정소송, 민사소송, 헌법재판을 수행하고 법률자문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 아니어서 생소하실 수 있는데, 국가 등 공공부문에 대해 법률지원하는 ‘국가로펌’으로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공단은 국가송무 지원체계의 효율화라는 정책적 요구에 따라 국가의 정당한 이익보호와 행정의 합법성 확보에 기여한다. 최근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이 고액화·대형화되어 가는 경향에 있고, 국가정책과 재정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송도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는데, 이러한 사건에서 충실한 수행을 통해 부당 패소를 방지함으로써 국가예산과 국민세금을 지켜내는 중요한 업무를 수행한다. 공단은 지난해까지 소송사건 2만3,920건, 법률자문 3만5,210건, 연구용역 77건을 수행하였으며, 금지금 변칙거래 관련 조세소송, 보험약가 인하사건 등 성공적인 업무수행을 통해 수조원대의 국가재정을 보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 사건을 꼽는다면?
“최근에는 공공발주 사업에서 입찰담합한 담합행위자들을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2023년 8월 현재 4,337억원의 국고손실을 환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중 2009년 진행되었던 4대강 사업과 관련된 사건이 있다. 1차 턴키공사(15개 공구) 입찰에서, 지분배분 합의 내지 공구배분 합의 등의 담합행위를 함으로써 부당공동행위를 한 17개 건설사를 상대로 2,569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2,363억원을 인용, 국고로 환수했다.”
-대한민국 최초로 여성 부장검사, 지청장, 지검장 등을 지냈고 공단 이사장 역시 여성 최초인데 각종 여성 1호 타이틀을 지켜 온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면?
“1호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이전 두 분의 선배가 있었지만 자리를 옮겨 제 임용당시에는 여성검사가 없었다. 사법연수원을 마칠 당시 여성도 검사를 지원해도 좋다는 분위기가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단 한 명의 여성검사였다. 누구나 의무적으로 하는 공판검사도 여성이기 때문에 공개적인 재판정에 나서는 것이 최초의 여성공판검사라고 신문에 날 일이었다. 보람 있는 일이라 여겨 지원했는데 여성검사가 그렇게 없는 줄 몰랐다. 모든 게 조심스러웠고 눈에 띄지 않으려고, 튀지 않으려고 애썼다. 돌아보면 젠더마인드를 잘 갖춘 사람도 아니었는데 1998년 법무부 여성정책담당관을 맡은 것이 큰 전환점이 되었다. 정부 시책에 따라 처음 생긴 조직이어서 무엇부터 해야 할지 구성원들과 함께 고민했다. 성폭력상담소가 창립될 무렵 사법적 프로세스에 대해 자문한 경험이 있었고 가정폭력특별법이 시행될 무렵이어서 여성에 대한 폭력에 제도적 중점을 두었다. 전국에 가정폭력전담을 두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수사와 공판단계에서 어떻게 인권보호할 것인지 매뉴얼도 마련했다. 한편 여성의 사회적 참여확대와 복지증진의 차원에서 법무부 산하기관 중 최초로 청주여자교도소에 어린이집을 설치했는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 중앙지검, 서울고검에도 어린이집이 생기게 되었다. 법무연수원이 진천으로 이전하게 되었을 때, 법적 요건이 되지 않아 무산될 위기에 있던 어린이집 설치를 진천에 오게 된 다른 공공기관들과 콘소시엄을 구성해 설계에 반영하게 되어 보람이 있었다. 특히 법무연수원의 교육과정 중에 ‘여성과 인권’ 교육프로그램을 필수강좌로 개설한 것도 의미있었다. 후배들과 ‘여성과 인권’ 책자도 발간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많은 여성지도자를 만나면서 부담도 컸지만 책임과 의무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 검사라는 이유로 존중해주셨고 응원과 기대가 있어 가능했다.”

-1년 5개월 이사장이 공석 상태로 취임했는데 향후 중점을 두고 있는 업무추진계획은?
“공단의 존립 이유는 국가 등의 소송과 법률사무를 지원에 있어서 공익추구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며 이를 통하여 국민을 위한 법치행정을 실현함에 있다. 방향성을 가지고 그동안 리더십 부재로 인해 지연됐던 중요 의사결정과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려 한다. 공단은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이 관련된 사건 수임에서 독점적이거나 특별한 우월적 지위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건 수임에 있어 민간과 경쟁하고 있다. 공단은 공공부문 의뢰기관에게 최적화된 법률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조직과 역량을 구축하는 것이 긴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구성원들 특히 변호사들의 전문성과 근무의욕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기존 제도를 조속히 점검하여 공정한 보상제도와 효율적인 업무시스템을 마련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예산을 민간과 경쟁하여 얻은 자체수입으로 충당해야 해 재정을 튼튼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극적인 수임활동을 통해 수임을 확대하고 고객과 수익구조가 다변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우수한 인재확보가 성공적인 공단운영의 관건이다. 향후 인재확보 계획은?
“어느 조직에서나 전문가의 이동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외부와의 처우 문제 때문에 조직을 떠나는 것은 또 다른 성질의 문제다. 지난해 많은 수의 변호사가 공단을 떠난 이유는 보수 수준이 민간변호사에게 크게 미치지 못한 점 때문이다. 공단은 국가가 특별법에 근거하여 설립한 공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운영에 있어 정부지원이 거의 없이 민간로펌과 경쟁하며 자력으로 재정수요를 충당해야 하는 조건을 가진 특수성이 있어(2023년의 경우 소요예산의 2% 수준의 국가보조금 지원) 공단의 수익구조 혁신을 통한 재정수입 증대가 없는 이상 공단소속 변호사의 보수 상향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어려움이 있다. 공단 이사장으로 부임한 직후 가진 직원들과의 면담에서 가장 많은 요구사항이 보수 인상에 대한 것이었고, 변호사들의 경우 15년간 물가상승률 반영조차 없는 보수체계가 운영되었다는 점, 핵심 인재가 장기간 근무하도록 해야 공단이 국가 로펌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담당할 수 있다는 측면 등 다양한 이유에서 보수 인상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어 향후 공단이 재정수입 증대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남편 송수근씨는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을 지내고 계원예술대학 총장을 지냈는데 외조는 어땠나.
“남편은 아이가 피아노를 배우면 함께 피아노를 배우고 그림을 배우면 함께 배우면서 아이와 교감했다. 출산 후 내 건강이 좋지 않아 남편이 육아를 많이 도와주었는데 애착관계가 잘 형성되어서인지 육아의 많은 부분을 담당해주었다.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일과 가정을 양립해온 인생의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몇 년 전, 미 연방대법관을 지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를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면담했는데 그런 대단한 분도 가정의 소중함과 가족에서 얻는 안식을 강조해 인상 깊었다. 가끔 주례를 설 때는 주례사에 “행복하고 아이도 낳으면 좋겠다”고 한다.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있지만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을 향유하기를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생명을 잉태했을 때의 특별한 경험을 잊을 수 없다. 배가 불러왔지만 공판정에 설 때도 당당해지고 두려운 것이 없어졌다.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좀 더 세밀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여성신문 독자에게 한 말씀.
“여성의 존엄성이 지켜지는 사회를 위해 여성신문의 해 온 역할에 감사한다. 독자로서 앞으로도 다양한 의제와 콘텐츠 개발로 선한 영향력을 주는 신문을 기대한다. 국가로펌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으로서 국가의 이익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