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인 경

한국교원대 가정교육과 교수

제16대 국회는 2003년 4월 17일 교육위에서 상정한 '학교 영양교사제도 도입을 위한 초·중등학교 교육법 및 학교 급식법 개정안'을 채 두 달도 되지 않은 6월 30일 본회의에서 의결하여 영양교사 제도를 도입하게 하였다. 이후 교육인적자원부는 이 안의 실행을 위한 준비를 착실히 진행했고 최근에는 교육대학원에서 일정 교육과정을 이수한 영양사에게 영양교사 자격을 부여하는 교육부 정책을 발표했다.

돌이켜 보면 2003년 6월 27일 관련법의 법사위 통과를 들었을 때 한국가정과교육학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 사범대학 등에서는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발표했다. 또한 주무 부처인 교육인적자원부에서도 이 법안에 대해 근본적으로 찬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이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학교 영양사의 영양 교사화는 학교 내에서 교사에 비해 열악한 영양사의 처우 개선과 학교급식에 의한 식중독 발생, 비만학생의 증가와 같은 현실적 문제 해결의 필요성 등이 만들어 낸 산물이다.

그러나 영양사가 교사가 되어 영양교육을 하고 필요하면 보조 영양사를 두어 급식관리를 맡기겠다는 접근은 궁극적으로 학교 급식의 질을 높이기 위함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또한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부터 시작해 실과, 기술·가정, 가정 과학, 체육 등 여러 교과에서 영양교육을 하고 있는데 굳이 영양교사를 신설하여 영양 교육을 또 시켜야 하는 것인지, 교육법 등의 법령에 따르면 교사는 학생교육, 학생성적평가, 수업 실시 등을 주 업무로 하고 있고, 영양사는 조리작업 및 배식관리, 식재료 관리, 위생 및 시설 안전관리 등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음에도, 왜 직무가 전혀 다른 영양사들이 꼭 교사가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많은 영양사들은 지금 수행하는 급식 관리 업무도 과중하다고 하는데 영양사가 영양교사가 된다고 해서 급식사고나 과체중 학생이 줄어들지도 의문이다.

지금 교육현장에서는 교육예산의 부족으로 교사의 정원을 채우지 못하여 교육과정에 제시되어 있는 선택과목도 제대로 개설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는커녕 국회 차원의 공청회도 거치지 않고 순식간에 법을 통과시키는 입법 당사자들과 이를 가정과 교사와 영양사의 밥그릇 싸움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자세이다. 교육법이 통과될 때도 그랬던 것처럼 문제의 해결보다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학생들은 과도한 학습 부담에서 해방되길 희망하며, 학부형들은 질 높은 학교 급식을 원한다. 따라서 이번 영양교사의 신설은 교육과 급식의 질 제고를 위해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얼마 전 벽지 중학교에 초임 발령받은 교사가 자기 반 과체중 학생과 매일 아침 학교를 한 바퀴 도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면서 처음에는 싫다던 학생이 지금은 먼저 와서 기다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영양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게 해주는 말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