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는 엄연한 불법 '부정적 담론' 말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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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간의 법관생활에서 법이란 무엇인가 늘 고민해왔다. 대학시절 법철학 시간에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적용하는 평등주의적·자유주의적 법 이론을 배웠지만 이 같은 일관된 법 이론보다 소수자적·성인지적·여성적 감성으로 '차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번 고등학생 '왕따 판결'을 하면서도 생각한 바이지만, 여성이나 신체부자유자, 또는 못생긴 외모 등이 타고난 조건이라서 '그러니, 넌 손해 좀 봐도 돼'라고 할 수 있겠는가.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원칙만 적용된다면 어떻게 우리 사회 소수자들을 끌어안고 갈 수 있겠는가”

지난 10월의 마지막 주 금요일, 불광동 여성개발원에선 여성계 리더들의 모임 '21세기 여성포럼'이 열렸다. 이날 모임에선 특히 헌정사상 첫 여성대법관이 된 김영란 대법관이 자신이 몸으로 겪어온 법에 대한 철학과 소신을 강연, 참석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스스로 토로하듯 “어떻게 창의적 법률가가 되느냐는 해답을 찾기 위해 20여년을 헤매왔다”는 김 대법관은 평균적 정의의 외연을 넓혀 소수자를 끌어안는 법 논리 개발로 방향을 잡은 듯하다.

“사법연수원 교수 시절, 후배 여성법조인들에게 말하곤 했다. 운동가와 이론가는 따로 있다. (후자에 속하는 당신들에겐) 여성이슈 같은 소수자의 문제를 법 이론으로 변화시키고 '다수'의 언어로 바꿈으로써 (남성적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 개발의 역할과 책임이 있다고”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 위헌판결 후 불거진 호주제 위헌소송, 성매매방지법 등에 대한 관습헌법 논란에 대해 김 대법관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최근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일고 있는 이런 저런 부정적 담론들에 관해 “성매매는 우리나라에서 분명히 금지사항인데 관련 담론이 어떻게 성립하겠는가”라고 못박았다.

여성계와 법조계 사이의 현실적 괴리와 인식의 차이를 좁히는 데 일조한 이날 모임엔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이경숙 이은경 국회의원, 정현백 남윤인순 여성연합 대표, 신혜수 유엔여성차별철폐위 위원, 박옥희 문화세상 이프토피아 대표,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등 30여명의 리더가 참석했다.

박이은경 기자pl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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