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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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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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과 용기의 리더십

-권인숙 명지대 교육학습개발원 교수




“지금도 똑같은 '선택' 했을 것”

부천 성고문 사건 폭로…군사독재정권 붕괴 불지펴



“나의 20대는 집단의 행복을 위해 개인이 사라진 불균형의 시기였다. 하지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 해도 신념대로 행동했을 것이다”



86년 부천 경찰서 성고문 사건을 폭로해 세상에 알린 권인숙(40·현 명지대 교육학습개발원 교수)씨. 그의 결단과 용기는 우리 사회 민주화를 빠르게 진전시킨 원동력이었다. 당시 권씨는 노동현장에 위장 취업해 노동운동을 하던 중 부천경찰서에 체포된 뒤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감옥에 있던 권씨는 변호사를 통해 자신이 당한 성고문 사건을 언론과 여성단체에 알렸으며 담당형사였던 문귀동을 강제추행혐의로 인천지검에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정확한 진상조사를 하는 대신 오히려 피해자인 권씨를 공문서 위조죄로 체포해 국민들의 반발을 샀다. 문귀동 역시 가해 사실을 은폐하고 권씨를 명예훼손 및 무고혐의로 맞고소했다. 당시 검찰과 경찰의 방침은 국민들에게 독재 정권의 부당함을 명확히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을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분노를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피해자인 권씨는 풀려나고, 사건발생 3년 만인 89년 대법원은 문귀동에게 징역 5년의 실형과 함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성폭력의 침묵'을 깨뜨린 그에게 한국여성단체연합은 87년 '올해의 여성상'을 수여했다. 그러나 훗날 권씨는 자신의 자전적 에세이 '선택'에서 이렇게 당시를 회고했다.



“개인의 이름은 성고문 사건으로 도드라졌지만, 한 개인으로서 어떻게 추슬러야 하는지, 나를 어느 만큼 죽이고, 어느 만큼 살려야 하는지 정리되지 않은 채로 늘 혼돈 속에 있었다”

94년 미국 유학 길에 오른 권씨는 클라크대에서 '한국의 군사화된 여성의식과 문화'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해 귀국한 그는 현재 대학강단에서 여성학을 가르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된 딸아이와 함께 TV를 보는 것이 취미라는 권씨는 최근 부쩍 늘어난 흰 머리카락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며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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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분석의 리더십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상담 노하우 국제 연대 매진”

'생존자 말하기 대회' '수사·재판 시민감시단' 등 활약



“고통을 함께 하는 것은 좋으나, 사건의 본질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분석하여 정책제안을 할 수 있는 것이 반성폭력운동가의 리더십이다”



91년 8월 한국성폭력상담소 설립을 시작으로 반성폭력운동에 몸담아 온 이미경(43) 소장의 반성폭력운동 리더십에 관한 정의이다.



이 소장은 여성학을 공부하면서 성적 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반성폭력 운동의 실천을 위해 당시 여성학과 선배였던 최영애, 박형옥 씨와 함께 성폭력상담소를 개소해 적극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소장은 특히 성폭력특별법을 촉발시킨 91년 김부남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성폭력특별법제정 특별위원회 활동과 함께, 단국대학교 강사 시절 가르치던 여학생이 어린시절부터 자신을 강간해 온 의붓아버지를 남자 친구와 함께 살해한 일명 '진관·보은 사건'학생 대책위원회를 자진해서 총괄하는 등 성폭력과 법의 부당성에 맞서 피해자 인권 보호에 몸 바쳐왔다.



97년부터 2000년까지 성폭력피해자 보호시설 '열림터'시설장으로 활동했던 당시 이 소장은 “사건 지원을 위해 수없이 법정진술을 하고, 가해자와 대면하면서 먹먹한 가슴앓이와 분노로 밤잠을 설쳤지만, 피해자가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점차 희망을 찾아갈 때 벅찬 희열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는 반성폭력 운동의 원동력은 치유를 향해 노력하는 생존자의 몸짓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13년간 4만8000건의 상담을 해온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최근 밤길 되찾기 운동, 남성서포터스, 생존자 말하기 대회와 '반성폭력법의 수사·재판 시민감시단'을 발족시켰다. 그는 “앞으로 상담기관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활성화하여 우리의 반성폭력법제정 운동의 노하우를 전달할 계획을 갖고 상담기관의 리스트를 업데이트 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섹슈얼리티와 관련한 여성학 공부를 병행하며 이론과 실천을 접목해온 반성폭력 운동가로서 그는 “법체제 변화가 1차적 성과라면 이제 성폭력에 대한 문화적 변화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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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실천 겸비한 리더십

-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문제연구소 소장




“활발한 성담론이 변혁 주도”

어린이성폭력·성희롱 예방 비디오 등 교육·홍보 주력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설명된다. 반성폭력운동은 여성들의 경험을 여성의 목소리로 성폭력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92년 한국성폭력상담소 총무 활동을 시작으로 반성폭력 운동에 발을 디딘 변혜정(41)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문제연구소 소장. 92년부터 98년까지 어린이성폭력 예방비디오 '내 몸은 내가 지켜요', 성폭력 예방을 위한 기금마련 콘서트와 상담소 소식지 '나눔터'기획 , 서울시 여성정책 여성학 강사, 여성부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 등의 활동으로 반성폭력 교육과 홍보에 앞장서 왔다. 그는 10여년간 반성폭력운동의 대표적인 이론가로 우리 사회의 남성중심적인 성담론 변화에 주력해 왔던 것.



변 소장과 성폭력상담소와의 인연은 이화여대 여성학과 석사논문으로 '초기 양육을 통한 어머니 됨에 대한 연구'를 쓰고 난 뒤 여성의 성적 정체성과 관계에 대한 관심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한국성폭력상담소를 찾으면서 시작됐다. 특히 변 소장은 “여성의 감정과 경험이 배제된 기존의 운동방식에 저항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성폭력을 말하고자 노력해왔다”기에 성폭력특별법의 '절대항거불능의 순결한 피해자'라는 법적 의미규정에 강력히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변 소장은 “반성폭력운동은 피해자 지원책 마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하게 규정된 여성성과 남성성의 변화를 가져오는 담론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현재 성매매 찬반론에 대해 “찬·반 담론을 넘어서 생매매를 말할 때 그 안에 작동하는 일상적인 권력관계를 어떻게 풀어내 보일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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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에서 소장까지 실무형 리더십

-이재희 부산성폭력상담소 소장




“생존자에 자활 '날개' 선물”

비디오 진술 법적 효력화 등 '2차 성폭력' 근절 노력



92년 부산여성회 회원 활동을 시작으로 여성인권운동에 몸담아 온 이재희(39)부산성폭력 상담소 소장. 이 소장은 부산 유아 성폭력 사건 등 여성에 대한 성폭력의 법적인 대응과 피해자 보호에 앞장서 오고 있다.



15년째 여성인권운동에 투신하고 있는 이 소장은 몇 안 되는 회원 출신 대표다. 실무형 리더인 셈.



사실 이 소장이 처음부터 여성운동에 관심을 가진 건 아니었다. 졸업 후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던 이 소장은 그곳에도 여성차별이 있음을 인식하고, 평생 할 운동으로 여성운동을 선택했다.



회원 활동 시절 만난 성폭력 내담자들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보았다는 그. 성폭력이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여성의 삶을 망가뜨린다는 것을 알게 된 경험은 다른 여성의 삶을 경청하는 여성주의 상담가로서 활동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여성운동을 “피해 입은 여성의 사회적 자립을 도와주는 운동”으로 정의하는 이 소장은 성폭력 피해자가 침묵을 깨고 스스로 조직을 만들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 가장 기쁘다고 했다. 그래서 여성운동은 사람을 지원하는 운동이라는 것이 그의 운동철학이다.



부산성폭력상담소는 현재 '2차 성폭력 없는 세상 만들기' 캠페인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성폭력 피해자는 성폭력 당시 피해를 보고, 증언과 입증과정에서 또 한 번 상처 받는다”며 “비디오 진술 법적 효력 인정 등 2차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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