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아동 성추행 기소…수차례 표창 교육자 '충격'

비디오진술 증거로 채택…재판부·교육청 판결 주목

현직 교장(가해당시 교감)이 정신지체 장애아동을 성추행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기소 단계에서 피해자증인진술 녹화테이프를 증거자료로 채택, 향후 있을 재판부의 판결과 교육청의 조치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북부지방검찰청(검사 박영준)은 정신지체장애 3급인 초등학교 1학년 김모(8)양을 여러 차례 성추행한 같은 학교 교감 최모(50대)씨를 10월 28일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으로 기소했다. 최씨는 지난 6월 김양을 화장실로 유인해 여러 차례 성기를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다.

이 사건은 부모들의 신뢰를 전제하는 교육 현장, 특히 통합교육이 중시되는 상황에서 일반 학교·학급에 배치된 정신지체아동을 같은 학교의 교육자가, 그것도 여러 차례 표창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전직 교감이 성추행한 사건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경찰과 검찰이 지난 3월부터 13세 미만의 성폭행 피해 아동들이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2차의 심리적 피해를 입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비디오진술녹화제'(법관의 입회 하에 아동의 진술을 녹화, 증거로 사용하는 것)를 사용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건의 의료, 법률 지원을 담당해 온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부설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소장 장명숙)는 2일 성명을 발표해 “기소 확정은 장애아동이라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와 건강한 변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재판과정에서 정신지체장애의 특성이 고려되고 아동성폭력사건의 특수성이 반영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씨는 “아이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 혐의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사건에 적극 대응할 뜻을 밝힌 피해자 측과의 법정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씨 측은 “아이가 학교에서 본 성교육 비디오를 보고 꾸며낸 이야기”라며 “검은 색 옷을 입고 있었고 네 차례에 걸쳐 추행을 했다는데 이를 입증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상담소 측은 “이는 정신지체아동의 특성에 무지한 사람의 얘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명숙 소장은 “최씨가 다른 남자 선생이 그랬을 수도 있다고 말하지만 학교의 남자 선생 17명의 사진을 갖다 놓고 비디오 촬영 수사를 벌인 결과 아이가 아는 선생들을 정확히 꼽았다”면서 “부인할 일이 절대 아니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기소가 확정됐으니 교육청의 조치를 두고 보겠다”며 “사건의 진행 과정을 보면서 대처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 접수된 뒤 검찰 기소 단계에서 '특별한 사유'없이 북부지방검찰청에 관할이첩 되는 상황이 발생, 수사가 지연되는 난항을 겪었다. 최씨는 이 과정에서 처벌은커녕 9월 1일 타 학교의 교장으로 승진 발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교육청은 “당시 법적 처분이 없었기 때문에 발령을 냈을 뿐”이라며 “아직 기소 사실을 통보받지 않았으나 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조치를 논의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임인숙 기자isim123@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