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노동부에 철폐 진정

하나은행이 국내 은행권 가운데 유일하게 '성차별적'인 직군제를 폐지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노조 하나은행지부는 지난 6월 하나은행의 성차별 직군제 철폐를 주장하며 본점에서 조합원 투쟁 결의를 가진 데 이어 6월 22일 노동부에 '성차별적 인사제도 시정의 건'으로 이 사안에 대한 진정을 내 서울지방노동청에서 7월부터 조사에 들어갔다. 현재는 서울지방노동청 고용평등위원회에 회부돼 구제기관의 조정안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성차별 직군제는 2001년 신한은행에 이어 한미은행에서도 2006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한 제도. 90년대 초반 남녀 직원 간에 임금 및 승진 체계를 달리 적용, 여성을 차별해 온 '여행원제도'가 폐지되면서 은행권들이 대거 도입한 '신인사제도'를 근거로 한다.

현재 노조 측은 하나은행이 남자 직원들은 주로 종합직, 여자 직원들은 주로 일반직으로 구분해 온 간접적 성차별제도인 '신인사제도'에 더해 낮은 임금, 불안정한 임금체계를 가지는 '사무직'을 별도로 두어 대졸 여성들을 채용하고, 정규직원 내에서도 종합직, 일반직, 사무직이 존재하는 등 '파행적'으로 운영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2002년 노사가 직군제 개편에 합의하면서 기존의 종합직을 직무성과급 연봉을 받는 행원A로, 일반직과 사무직을 통합, 호봉제 임금을 받는 행원B(FM/CL, 19단계 호봉제)로 재편하면서 지금과 같은 직군제 형태를 띠게 됐다.

노조 측은 이 제도가 채용, 임금, 승진에 있어 과거부터 지속되어온 성차별적 제도의 개선없이 단순히 성중립적 용어로 명칭만 바뀐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나은행이 종합직에 극소수 여성인력만을 채용(전체 230여명의 행원 중 2.7%만 여성)하는 반면, FM/CL(Floor Marketer /Clerk, 일반 영업점 혹은 본부 창구에 배치, 전체 1600여명의 행원 중 97.7%가 여성)의 대부분은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비정규직(대부분 여성인력)의 정규직 전환창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2000년까지 종합직에 여성을 1명 넘게 채용한 적이 한 번도 없으며, 2004년에는 52명 중 7명만을 여성으로 뽑았다. 현재까지 종합직의 92%가 남직원, FM/CL의 97.7%가 여직원으로 구성돼 직군 사이의 '성별 분리'가 명확히 드러나는 것.

특히 FM/CL직 여성들은 유사한 업무를 하는 남성 종합직 행원에 비해 1400만원 적은 2200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고 있고, 채용 당시에도 대졸 학력을 사실상 인정받지 못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노조 하나은행지부 김수연 부위원장은 “승진에 있어서도 전체 승진인원의 90%이상이 종합직으로 연공서열순으로 되고 있으나, FM/CL의 경우엔 연공서열이 무시된 채, 발탁인사의 형식으로 승진인원의 10%미만을 차지하고 있어 승진에서의 차별도 명확하다”며 “실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책임자의 경우도 남성과 여성으로 분류되어 성차별에 의한 동일노동 차별임금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하나은행 측은 분리직군제의 운용은 성차별적인 행태가 아니라 '직무'에 따른 다른 채용방식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노사 간의 갈등이 첨예화될 것으로 보인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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