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에 혼자왔나요?
모텔에 혼자왔나요?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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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떠나 서울로 갔다. 하룻밤을 묵어야 하는 상황이어서 여관을 찾아 나섰다. 한데 여관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은 호텔 또는 모텔뿐이었다. 통일부 하나원에서 정착교육을 받을 때 모텔은 호텔보다 조금 낮은 급으로서 호텔과 거의 다름이 없다고 배운 터여서 값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돼 도저히 문을 열고 들어갈 자신이 없었다. 당시 내가 헤매던 곳이 영등포시장 근처였는데 한 시간 동안 눈 뿌리를 세우고 찾아도 여관은 없었다. 여관이 없을 리 없는데 이상한 노릇이었다. 후에 알고 보니 번화하지 않은 곳들에는 꽤 싼 여관들이 많았는데 영등포와 같은 번화가에는 모텔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 온 지 9일밖에 안되는 내가 그걸 알 까닭이 없었다.



언제인가 중국에 있을 때 이런 말을 들었다. 한국에 가면 열 집 건너 한집이 십자가가 세워져 있는 교회이고 두 집 건너 한집이 교인이란다. 그런데 그에 못지 않게 모텔 또한 많았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은 모텔 안에서 있었다.



여관을 찾을 수 없어서 “그래, 모텔 같은 근사한 데서 하룻밤쯤 보내보자”생각하고 자신 있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내창구에 아저씨가 텔레비전을 보고 계셨다.



오늘은 모텔이 휴식하는 줄로 알고 슬그머니 다시 나오려고 하는데 아저씨가 허리를 일으키며 물으셨다.



“무슨 일이에요?"

“예, 방을 얻으려고 왔는데 오늘은 휴식 일인가 봐요?"

“? ? ?”

“아닌데요”

“아, 네 그러세요”



손님이 돈을 내고 방을 빌리겠다는데 아저씨 입장에서는 얼마나 반가우셨을까. 또 물으셨다.



“혼자예요? 자고 가실 거예요?”



순간 나는 어떻게 대답할지 몰랐다. 혼자 문을 열고 들어왔으니 혼자인 것은 보면 알 것이고 왜 자고 가려느냐고 묻는 것일까.



“아니, 여관에 온 사람이 자지 않고 잠깐 들어왔다 가는 사람도 있나요?”



내 쪽에서 오히려 아저씨께서 무슨 그런 황당하고 당치 않은 질문을 하고 있는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저씨는 이상한 외계인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보더니 방을 내주었다.



그렇게 하룻밤을 보냈다. 지금까지 살면서 호텔 같은 데서는 전혀 잠을 자보지 못한 터이라 이렇게 깔끔하게 정돈되고 샤워시설까지 완벽하게 갖춘 데서 하룻밤을 자게 되니 감개가 무량하고 내 인생이 완전히 한 단계 높아지는 것 같았다. 다음날도 하룻밤 더 지체해야 할 일정이어서 예약까지 하고 방값까지 물고 나왔다.



그날은 서울대 의대에서 세미나가 있었으므로 저녁식사까지 마치고 나니 늦은 시간이 되었다. 함께 했던 교수님들이 “어떻게 집으로 갈 건가, 오늘 밤 어디서 주무실 거냐”고 물으시기에 어제 밤에 모텔에서 잤으며 오늘 밤도 또 자려고 예약을 해놓고 왔다고 아무 생각 없이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 나를 바라보는 교수님들의 표정이 다들 어이가 없어 하시는 것 같았다.



그곳에서 10분 동안 한국의 모텔문화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그제서야 이해되었다. 어제 아저씨가 왜 나에게 혼자 왔느냐고, 또 자고 갈 거냐고 물으시던 까닭을….



오늘 밤은 그곳에서 자지 말란다. 방값을 지불하고 나왔다고 하니까 그것도 도로 찾아오란다.



여러 교수님들의 토의 끝에 드디어 두 분의 교수님께서 나와 함께 전날 그 모텔로 찾아가서 방값을 돌려 받았다. 그렇게 가는 것도 다른 사람들이 혹시라도 보게 된다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두 분이 함께 가셨다. 결국 그날은 이화여대 교수님 댁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고 돌아왔다.



한국의 문화가 북한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지방으로 출장 다니는 사람들은 어떻게 잠자리를 해결할까 궁금했다. 부득이한 경우는 여관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그날로 돌아간단다.



그 후로 출장 다닐 일이 있을 때마다 여관을 찾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요령이 생겨서 찜질방을 이용한다. 여관보다 값도 훨씬 싸고 사람들이 많아 무서움도 없고 정말 좋았다. 이 땅에서 살아가려면 아직도 부닥쳐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한다.





김지은



실향민 커뮤니티 사이트 '북마루'

콘텐츠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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