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경 /

<뉴스위크>한국판 편집장

미국 시간으로 11월 2일 향후 4년간 미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실시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후보 간의 막판 접전은 '말 달리기 경주'라고 불릴 정도로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뉴스위크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3차 TV토론을 마친 후 부시는 케리를 2% 차로 따돌리면서 가까스로 선두를 유지했다. 하지만 2%는 오차범위 안의 리드이기 때문에 '선두 유지'라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정확한 예측으로 유명한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이번 선거에 대해서는 “결론은 선거 당일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번 미국 대선은 적어도 향후 100년간 한반도의 운명을 가름한다는 점에서,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한다면, '미국인 자신에게보다 한민족에게 더 중요한 선거'다. 부시와 케리 두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완전히 다른 대북정책을 들고 나왔다. 두 사람은 북한과 이란이 가장 위험한 잠재적 핵 확산 국가라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이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부시는 다자주의적 접근을, 케리는 양자주의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

북한문제 해법에 대해 부시는 중국을 포함한 6자회담 안에서의 입장을 견지하면서 어떤 유인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무기로 미국을 위협하도록 좌시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후 이라크 전쟁을 일으켜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제거한 미국의 호전적 자세가 바로 북핵문제를 '다루는 방법'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씻을 수 없게 하는 부분이다. 이런 식의 접근 방법에 대해 부시는 TV 대선토론에서 “성공을 희망한다”는 답변을 했다. 이라크식 해법을 바탕으로 한 향후 대북정책의 기조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반면 케리는 “부시의 이런 강경 대북정책이 북한으로 하여금 4∼7개의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방치했다”고 공격했다. 케리가 주장한 핵무기의 숫자에 대해서는 확고한 증거가 없지만 북한이 부시 취임 당시보다 더 위험해졌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케리의 대북정책은 민주당의 정책 기조대로 빌 클린턴 재임시절처럼 양자 간의 직접대화에 비중을 두고 있다. 클린턴은 재임 말기 당시 자신이 직접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담판을 짓겠다는 입장까지 보일 만큼 북·미 간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었다. 이런 민주당의 기조는 한반도 내에서의 전쟁 발발 가능성을 줄여준다는 측면에서 일정 부분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한반도의 운명을 보면 100여년 전 당시 열강의 각축장이 되면서 혼돈 속으로 빠져든 조선 말기가 떠오른다. 임오군란, 갑신정변, 을미사변, 아관파천 등 소용돌이를 거치면서 조선은 일본, 청, 러시아 등 열강들의 주도권 싸움 한가운데 놓였다. 관료들은 친일파, 친청파, 친러파로 나뉘어 서로 반목하고 대립하는 처절한 싸움에 몰두하다 결국 최강자로 등장한 일본에 의해 병탄되며 나라를 잃게 된다. 나라를 잃은 상처가 결국은 한반도가 두 동강이 나는 '원초적인 빌미'로 작용해 오늘의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우리가 어떤 외교전략을 펴야하는 가에 골몰해야 할 시점에 우리는 '신행정수도 위헌 판결'에 얽매여 갑론을박으로 국력을 소진하고 있다. 한국이 처한 문제를 위중한 순서대로 나열한다면 이 문제는 어쩌면 100위 밖에 놓일 것이다.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국이 산다. 국력을 소진하는 분열적 논쟁에 더 이상 국민들을 끌어들이지 말아야 할 위중한 시점이 아닌가.

* 칼럼의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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