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늙은 여자들을 사랑한다/ 못생긴 여자들을/ 심술궂은 여자들을/

/ 늙은 여자들은 이 지구상의 소금이다/…/ 늙은 여자들은 훈장의/ 사랑의/ 신앙의 이면을 알고 있다/

/ 늙은 여자들이 왔다가 간다/ 인간의 피로 더럽혀진 손으로 독재자들이/ 못된 짓을 저지르고 있는 동안에 늙은 여자들은 아침이면 일어나서/ 고기와/ 빵과/ 과일을 판다/ 청소를 하고 요리를 한다/…/ 늙은 여자들은 죽지도 않는다

-타데우루 루제비치 '노파에 대한 이야기'

신현림의 영상에세이집 '나의 아름다운 창'에서 이 시를 읽었다.

늙은 여자의 몸을 거쳐간 잔인한 세월과 그 세월이 품었을 서글픈 사연들까지 읽어낼 수 있는 사람들만이 그나마 늙은 여자의 아름다움을 인정할 수 있을 터. 나도 그렇다. 목욕탕에서 오고가는 벌거벗은 여자들을 본다. 탄복이 절로 새어나올 만큼 군살 없는 몸매, 자칫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탄력있고 하얀 처녀들의 몸을 보자면 내 몸이 어땠는지 전혀 관심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몸을 만져보게 된다. 웅크리고 앉기도 불편하게 늘어난 뱃살이 한 움큼 만져지고 지방덩어리가 엉긴 울룩불룩한 허벅지도 느껴진다. 싫다. 아무리 아이 낳고 기르고 살림하고 고생한 몸이라고 위안해봤자, 아름답진 않다. 그래도 내 몸을 죽자하고 미워하진 않는다.

각설하고, 이제 좀 잔잔해지자고 마음먹었었다. 여자를 비하하고 놀려먹고 가지고 놀다 팽개치고 함부로 대하는, 이 세상에 차고 넘치는 그런 것들에 대해 예전처럼 일일이 분석하고 분노하고 대응하기엔 지쳤다. 싸우려면 아직 한도 끝도 없으니 잠시 눈과 귀를 막았다고나 할까. 그런데 결국 도트기는 글렀나보다. 우연히 본 광고들에 울컥! 했으니. 온 얼굴, 온 몸을 샅샅이 뜯어봐도 뭐 하나 남부러울 것 없이 아름다운 한 여자배우가 꽃자줏빛 드레스를 떨쳐입고 짐짓 간절하고도 우스꽝스러운 기도를 올린다.

“올려주세요! 올려주세요!” 브래지어 광고다. 양쪽에서 두 번 올려준 가슴은 팽팽하게 바로 겨드랑이 밑에 탄탄하게 올라붙는다. 중력의 법칙은 세상의 진실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바닥으로, 아래로 내려오거나 떨어지게 되어 있다.

유방이 조금 올라붙어 있다가 조금 아래로 내려온들, 떨어진들 세상에 바뀌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대수가 아닌 것이다. 기도할 게 얼마나 없으면 그까짓 것에 두 손을 모아야 한단 말인가. 새삼스러울 것도 없으니 머리에 스팀을 올리진 않으려고 했는데, 어린 딸이 말한다. 뭐 저 따위 광고를 만드는 거냐고. 더운 여름날, 학교에선 브래지어를 하라고 하는데 땀이 차서 고생한 경험을 벌써 한 딸아이 눈에도 그 따위 광고는 기도 안찰 노릇인 것이다. 유방은 옆으로도 적당히 벌어지고 아래로도 처지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지 꼭 모아모아서 딱 올려붙여야 하는 게 아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생리통으로 허리를 부여잡고 견뎌야 하는 고통, 복더위에도 땀띠 나도록 브래지어를 하고 살아야 하는 고통 속에 살면서, 정말 그 따위 기도까지 바쳐 올리면서 살아야 하나. 굴비두릅처럼 떠오르는 광고들이 여럿 있는데, 아휴. 말하기도 지겹다.

권혁란 페미니스트저널 '이프' 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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