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山)이 호사를 하는구나!”
“산(山)이 호사를 하는구나!”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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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쓰레기 집합소였던 '난지도' 주변이 2002년 월드컵과 함께 평화공원, 하늘공원, 난지천공원, 노을공원, 난지한강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 다섯 개의 공원을 한 데 묶어 '월드컵공원'이라고 부른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월드컵 주경기장이 빤히 바라보이는 성산동이다.



처음 이사오던 10여 년 전만 해도 여름철이면 쓰레기 매립지 쪽에서 바람을 타고 간간이 냄새가 날아왔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섯 개의 공원에 둘러싸인 살기 좋은 곳이 되었으니, 공원을 걷거나 아이들과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달릴 때면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을 실감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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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쓰레기 산 모양을 그대로 하고 있는 '하늘공원'은, 쓰레기 더미에 뿌리를 내린 식물들과 함께 풍력발전기며 생태학습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어 멋진 풍광과 함께 좋은 교육장이기도 하다. 얼마 전 하늘공원에서 '억새 축제'가 한창일 때의 일이다. 사람들이 워낙 많다고 하니 가까이 사는 나 같은 사람이야 나중에 한적할 때 가면 되지 싶어 관심도 두지 않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후배 하나가 전화로 하늘공원 올라가는 길을 묻는 것이었다. 미혼이니까 밤에 친구들과 놀 겸 왔나보다 생각하며 길을 알려주고 지나가는 말로 누구와 왔느냐고 물으니 어머니를 모시고 왔단다. 치매가 막 시작된 어머니를 돌보며 마음고생 몸고생이 심한 것을 알고 있던지라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으라며 한걸음에 달려나갔다.



딸의 손을 잡고 얌전히 서계신 어머니는 자그마한 키하며 동그란 얼굴까지 후배와 똑같았다. 다가가 인사를 드리니 배시시 웃기만 하신다. 셋이 나란히 하늘공원을 오르는데 예순 아홉이셔도 근력이 좋아 잘 걸으셨다. 하늘공원에 다 올라 알록달록 조명을 받고 있는 억새를 보시더니 “얘, 이쪽은 억새고 저쪽은 갈대니?”하신다. 후배는 어머니 손을 이끌며 다정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드린다. 모녀의 뒤를 따르는데 눈시울이 저절로 뜨거워진다.



1남 3녀가 다 직장생활을 하니까 어머니는 하루 종일 혼자 집에 계신다고 했다. '치매주간보호센터'(치매 어르신들을 낮 동안 돌봐드리는 곳)에 보내드리려고 해도, 오후 4시면 문을 닫으니 어머니가 자식들 퇴근 시간까지 가 계실 곳이 없다고 했다. 야간에 치매 어르신들을 돌봐드리는 곳이 없으니 가족은 가족대로 환자는 환자대로 고생이 말이 아니다. 하루종일 사람이 그리운 어머니는 어디를 가든, 무엇을 잡수시든, 사람만 있으면 그저 좋아하신다고 했다.



그날도 후배가 전화를 해서 공원에 갈 거니까 옷 미리 챙겨 입고 계시라고 했더니 좋아하시더란다. 그러면서 후배는 막 웃는다. “집에 가보니까 엄마가 글쎄 위아래에는 운동복을 입고 목에는 턱하니 진주 목걸이를 하고 계시잖아요” 같이 웃으며 둘 다 눈물이 차 오른다.



바람이 차서 산을 내려온다. 길에는 양쪽으로 빨갛고 파란 청사초롱이 불을 밝히고 매달려있다. 어머님이 혼잣말을 하신다. “오늘은 산이 호사를 하는구나! 이렇게 예쁘게 불도 켜주고, 사람들이 보러 오기도 하고, 산이 호사를 하는 거지 뭐” 맞다. 쓰레기산이 멋진 공원으로 변하더니 이제는 억새축제까지, 사람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곳이 되어가니 호사는 호사다.



젊어서 교사셨던 어머니, 먼 하늘을 바라보시는 어머니는 지금쯤 어느 곳에 마음을 두고 계시는가. 잘 해드리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내게 후배는 말한다. “나 어려서 엄마 속 엄청 썩혔어요. 엄마 돌아가시면 정말 많이 후회할 거예요. 그나저나 사람 그리워하는 우리 엄마 마음놓고 보낼 만한 치매주간보호센터나 빨리 찾아 주세요” 노인복지를 한다면서 어머니와 후배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하는 나는 그저 미안하고 속상해 돌아서며 또 눈물이 났다.







유경/

사회복지사,

어르신사랑연구모임

cafe.daum.net/gerontology

treeapp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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