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의 미래 삶의 방식

개미와 배짱이 이야기.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신인류를 빗댄 현대판 개미와 배짱이의 우화는 우리를 조금 당황하게 만든다.

곤충나라에 여름이 왔다. 부지런한 개미들은 열심히 농사를 짓고 씨앗을 저장했다. 하지만 베짱이는 그늘에 숨어 뒹굴뒹굴 놀기만 했다. 보다 못한 개미가 베짱이에게 물었다.

"베짱이야, 너는 어째서 일을 조금도 안하니? 일을 안 하면 남는 것이 없잖아?"

베짱이가 말했습니다.

"걱정 붙들어 메, 난 지난번에 사둔 땅이 그린벨트 풀리면서 횡재를 했단다."

곤충나라에 가을이 왔다. 곡식이 온 천지에 그득하기에, 개미들은 열심히 일을 해서 창고를 채웠다. 하지만 베짱이는 달구경을 하며 룰루랄라 놀기만 했습니다. 보다 못한 개미 한 마리가 베짱이에게 충고했습니다.

"베짱이야, 너는 그렇게 일을 안 해서 어떡하니, 곧 추운 겨울이 오면 어떻게 지내려고?"

베짱이가 말했습니다.

"웬 걱정? 난 삼송FM오나스클럽으로 자산을 관리하고 있단다"

곤충나라에 겨울이 찾아왔어요. 들판엔 먹을 것이라곤 하나도 없고, 흰눈이 두껍게 쌓였습니다. 그러자 곤충나라 국회의 날파리와 찐드기들은 이웃 풀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 식량을 싼값에 마구마구 들여왔습니다. 식량을 잔뜩 쌓아두었던 개미들은 하루아침에 빈털털이가 되었습니다.

우스개 소리로 만든 이야기이겠지만, 우리의 미래의 삶이 어떻게 될 지에 대해 걱정하게 만드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바로 미래의 신세대 또는 사이버 신인류들이 가지는 삶의 태도와 사고방식이 이것과 그리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열심히 물건을 만들어 내고 또 이것을 외국에 수출하여 돈을 버는 것을 생활의 근간으로 삼았던 것이 지금의 부모세대이다. 하지만, 이들의 자녀들은 정보와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정보사회에 살게 될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개미와 배짱이의 이야기는 농경시대의 삶의 방식이라면, 위의 우화는 정보사회의 신세대들이 지향하는 우울한(?) 삶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기우(杞憂)이다.

부모 세대의 경우 일과 놀이는 엄연히 달랐다. 놀이는 놀이일 뿐 그 이상의 의미가 없었으며, 분명히 놀이는 일과 구분되는 것이다. 놀이는 단순히 즐기는 것이지 이것이 삶의 중심이 되는 것은 피해야 했다. 특히, 이것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래의 가장 유망한 산업이 엔터테인먼트와 문화산업이라는 사실은 이런 생각이 분명 달라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보여준다.

산업사회에서 놀이가 갖는 가치와 멀티미디어 정보화 사회에서 놀이가 갖는 가치의 차이는 극명하게 다르다. 산업사회에서는 모든 가치의 판단기준은 일이다. 놀이나 게임이 일(혹은 학습)을 하는데 도움이 되면 그것은 유익한 게임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무익하고 쓸모없는 일이 된다. 따라서, 기성세대의 경우, 일을 하는 것에는 비교적 뚜렷한 동기나 명분이 정해져 있었다. 아니, 명분과 동기가 있어야 일의 의미가 생긴다고 생각했다. 마치 우리의 삶이라는 것에 뚜렷한 이유나 명분이 필요하다고 믿었던 것과 같다. 일이란 돈을 위해서나 사명감 같은 것이었다. 마치, 살아가는 것에 분명한 목표나 이유가 있어야하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 하지만, 신인류에게 일과 놀이의 구분은 없으며,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기에 일도 놀이처럼 즐겁고 재미있는 것이 된다. 물론, 놀이나 게임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은 당연하다. 단순히 연예 비즈니스의 이야기가 아니다.

산업사회에서 놀이나 게임은 잡기 혹은 무익한 시간과 에너지의 소모이다. 기껏해야 '레크리에이션'이라는 것도 놀이를 통해 일을 다시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한다는 뜻일 뿐이었다. 신세대의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일이란 대부분의 경우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냥', '재미있으니까', '해 보고 싶어서' 등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가 일을 하게 만든다. 물론, 가장 중요한 동기는 '재미'이다. 그러나 왜 재미있는지, 재미가 무엇인지는 잘 모른다. 신인류들에게 놀이이자 즐거운 일은 재화와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온라인 게임 활동이다. 온라인 게임 세계에서 생산되는 아바타와 이 게임을 통한 게임 비즈니스는 변화하는 일의 속성을 반영한다.

기성세대가 보는 컴퓨터 게임은 단지 생산품의 일부이지만, 신세대들에게 이것은 생활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게임을 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바꾸는 새로운 학습이며, 또 다른 인간관계 형성의 기회이다. 기성세대의 경우, 온라인 게임은 그냥 '게임'일 뿐이며 폭력적인 요소가 많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온라인 게임과 같은 가상사회를 자주 접하게 되면,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이나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할 것이라는 염려만 한다. 하지만, 신인류가 온라인게임과 같은 또 다른 세상에서 어른들이 가르쳐주지 않은 미래의 삶의 방식을 배우고 있다. 이런 사실을 인식한다면, 기성세대의 틀로 미래 세대의 삶을 걱정하는 것이 바로 쓸데없는 염려가 된다. 신세대들은 기성세대와는 달리 자신들에게 가장 적합한 새로운 방식의 삶과 일의 형태를 스스로 찾아가고 있다. 물론, 이것이 기성세대의 마음에 들지 않고 낯선 방식은 분명할 것이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swh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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