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한발 앞선 감각 갖춰야 진짜 베스트 CEO

도전정신 겸비한 여성리더 더 많이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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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금 회장은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건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브리테니커 사업국 상무를 지냈으며 80년 웅진닷컴을 설립했다. 서울대 경영대학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으며 공주대학교에서 명예 경영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고려대 경영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94년 서울시 문화상(출판부문)을 수상했고 97년 보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저서에는 'CEO가 본 CEO 히딩크'(백년글사랑)와'나의 사업이야기'(매일경제신문)가 있다.

<사진=이기태 기자 leephoto@>

'역발상의 마술사'라 불리는 웅진그룹 윤석금(59) 회장이 여성신문이 주관하는 제7회 '여성 소비자가 뽑은 좋은 기업대상'에서 올해 신설된 '좋은기업인상'수상자로 확정됐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제품 개발에 앞장섰으며 여성인력의 적극 활용과 공정하고 투명한 기업경영 능력이 높게 평가된 결과다.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웅진그룹 회장실에서 만난 윤 회장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을 연구하다 보니 역발상의 마술사란 별명을 얻은 것 같다”며 “나를 믿고 따라준 직원들이 회사를 키웠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연매출 2조3000억원대를 바라보는 대그룹으로 성장한 웅진그룹의 회장실은 의외로 매우 소박한 느낌을 주었다. 13평 정도 공간의 회장실에는 여염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박한 응접세트와 직무용 책상, 의자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단지 벽에 걸려있는 고가의 미술품들이 윤 회장의 높은 안목을 가늠케 했다. 1시간 30분간 진행된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은 윤 회장은 CEO로서 회사와 사람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며 열변을 토했다.

-웅진그룹은 96년, 2003년 두 번이나 노동부가 선정한 남녀고용평등기업상을 받았다. 여성인력 활용에 매우 적극적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회사가 설립된 80년 당시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결혼 후 사회생활을 하지 않았다. 뛰어난 고학력 여성들이 집안에만 있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신입사원 채용 시 여성들을 뽑아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키워주니 놀라운 능력을 발휘했다”

-함께 일해온 여성들을 보면서 느낀 단점과 장점은 무엇인가.

“여성들은 추진력과 도전정신이 부족하다. 부지런하고 정직하며 감성이 뛰어나고 꼼꼼한 점, 말을 잘하기 때문에 강의를 잘하지만 최고 위치에 오르려면 도전정신, 모험심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 여성CEO가 많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한다”

-직원을 채용할 때 원칙이 있다면.

“얼굴표정에 그늘이 있거나 불만이 많아 보이는 사람은 뽑지 않는다. 면접 때마다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는데, '1억원을 준다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예금을 한다'거나 '집을 산다'는 답변을 하는 사람도 뽑지 않는다. 창의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해 투자하겠다고 답하는 사람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재계에서 '창의력의 전도사' '역발상의 마술사'라고 불린다.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생존을 위해서 창의력을 강조하게 된다. 사업을 시작했을 때 내게는 돈, 기술, 인재 모두 없었다. 남이 하지 않은 것을 찾아서 했다. 어린이 책을 만들면서 서양의 얼굴이 아니라 토속적인 한국 어린이의 얼굴을 일러스트한 작품을 책에 실었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것과는 다르게 해야겠다는 차별화 전략이 결과적으로 가치를 창출했다. 성공하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창의적인 발상을 어떻게 얻는지 궁금하다.

“창의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노력의 산물이다. 어린이 책을 만들 때는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어린이 책만 봤다. 우리 회사에서 나오는 책에 들어갈 일러스트는 내가 선택했다. 최고의 것은 많이 보고 배운 데서 나온다. '최고'의 감각을 익히는 것은 경영인으로서 매우 중요한 일 중 하나다. CEO는 선택을 하는 자리다. 많이 보면 판단력이 생긴다”

-내년은 웅진닷컴 창립 25주년이 되는 해다. 요즘 준비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전문성 없이 사업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출판업은 웅진그룹과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올해부터 시스템키친사업을 하고 있다. 정수기 사업인 웅진코웨이의 코디들의 영업활동을 바탕으로 각 가정의 부엌을 개량하는 작업이다. 가습기, 전자밥솥 판매 등 가정용과 관련된 사업은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그 동안 정계진출을 염두에 둔 적이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혹시 거절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평생 출판인으로 남고 싶다. 나는 거절을 잘한다. 거절이 나를 편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상대를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리더십을 추구하는지 궁금하다.

“리더는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다. 공정함을 지키는 것이 어려울 때가 많았다. 친인척들로부터 입사 청탁을 많이 받았는데, 그때마다 대부분 거절했다. 우리 회사에 필요한 인재라면 당연히 입사시키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바로 그 자리에서 거절한다. 리더는 전문적인 능력을 갖춰야 한다. 늘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쉽지는 않다. 내가 경영자로서 한 일은 그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인터넷의 활성화 등으로 종이매체, 특히 출판업종은 매우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출판의 미래를 어떻게 예견하나.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다. 다른 분야는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서 한국의 앞날을 예견할 수 있는데 출판과 미디어 분야는 우리나라가 워낙 앞서있기 때문에 전망을 하기가 어렵다. 동화, 정서, 교양, 창의력이 필요한 출판분야는 그대로 책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문학술 분야와 학습 분야는 인터넷이 훨씬 활성화될 것이다. 전문성이 없다면 더욱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웅진그룹은 세일즈우먼 파워로 고성장...직원의 60%가 여성 본부장도 3명에 달해

'어린이 마을' '아침햇살' '정수기'등 빅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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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에서 2004년 대한민국 최초 본상을 수상한 동화책 '팥죽할멈과 호랑이'.

'쌍꺼풀 진 큰 눈, 오뚝 솟은 콧날, 작고 하얀 얼굴' 대변되는 서구의 얼굴이 각광을 받던 80년, 윤석금 회장은 '홑꺼풀의 작고 찢어진 눈, 납작한 코, 펑퍼짐한 얼굴'의 아이들이 주인공인 '어린이마을' 책 시리즈를 발간했다. 우리 전통의 얼굴을 되살린'어린이마을'은 학부모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었다.

출판업의 성공을 디딤돌로 87년 웅진식품, 89년 웅진코웨이 설립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갔다. 웅진식품은 '가을대추'와 '아침햇살'로 빅히트를 쳤고 매출액이 급감한 정수기 판매사업을 대여사업으로 전환하면서 98년 외환위기를 절묘하게 피해갈 수 있었다. 웅진그룹은 고학력 여성인력에 대한 적극적인 활용을 바탕으로 큰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웅진닷컴은 직접 가정을 방문해 책을 판매한 세일즈우먼들의 힘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정수기는 코디(코웨이 레이디)라 불리는 여성인력들의 서비스제공이 뒷받침됐기에 고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윤 회장은 여성임원 발탁에도 적극적이다. 그 결과 웅진닷컴 6개 본부 중 여성본부장은 3명에 달하며 본사에서 근무하는 여성은 전체의 60%를 차지하는 등 명실공히 '여풍당당'한 회사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여성인력의 적극적인 활용 덕분에 웅진그룹은 96년과 2003년 노동부가 선정한 남녀고용평등우수기업에 선정됐으며 98년과 2001년 경제정의기업상을 받았다.

웅진그룹의 경영철학은 '또또사랑'으로 정리된다. 신바람 이론을 배경으로 하는 또또사랑은 '일, 조직, 도전, 사회, 변화, 고객'을 사랑하고 또 사랑하자는 것이다.

임현선 기자 sun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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